[브렉시트 이후] 자유낙하 멈춘 파운드…안심해도 될까

입력 2016-06-29 14:48 수정 2016-06-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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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 바 브렉시트(Brexit) 찬반 국민투표를 전후로 영국 통화인 파운드가 외환시장에서 ‘미친 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지난 23일 영국 국민투표 전에는 브렉시트가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결과가 탈퇴로 나오자, 평소 리스크 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와 금융기관 딜러조차 방향성을 잃으면서 파운드는 속절없이 곤두박질쳤다. 27일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3% 급락해 한때 1.3197달러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28일에는 소폭 올라 1.3329달러를 나타냈다. 하지만 파운드의 기구한 운명처럼 과거 파운드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래 미국 달러가 세계적으로 결제 통화, 소위 기축통화로 사용되기 전에는 대영 제국의 경제력을 배경으로 파운드가 기축통화 지위에 있었다. 그러다가 경제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그 자리를 달러에 내줬다. 이후 영국이 197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유로존 19개국의 단일 통화인 유로를 영국이 도입할지가 관건이었으나 영국 내 거센 반대로 그나마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는 ‘미친 말’로 통하는 만큼 여전히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역 결제통화로서 파운드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거래 대부분이 투기다. 유통량도 적은 만큼 가치 변동도 쉬워 파운드와 통화 페어는 모두 일확천금을 노린 거래로 보면 된다. 대표적인 예가 헤지펀드의 대가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이다. 그는 1992년 10월 파운드화 위기 당시, 환투기를 통해 일주일 만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 이는 자금력이 있는 트레이더의 의도적인 가격 조작으로 돌발적인 가격 변동이 있을 경우, 손절을 빠르고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위한 통화라는 의미다. 실제 거래에서는 기술적 지표로는 예측할 수 없는 트렌드가 갑자기 발생한다. 꼭지에서 더 위로 치솟거나 바닥에서 더 아래로 떨어지고, 며칠 간 최저치를 찍고나서 다시 며칠 걸려 기록한 최고치를 겨우 몇 분 만에 돌파하는 등 극심한 가격 변동을 보이는 게 파운드다. 이 때문에 파운드와 관련된 FX 마진거래에서는 살아남기가 어렵고, 단 하루만에 파산까지 내몰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파운드를 ‘악마의 통화’라고도 부른다.

현재 파운드가 달러에 대해 올랐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파운드는 단위당 달러 환산액이 커서 유로 등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더라도 가격 차이가 갈수록 크게 벌어진다.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이번 브렉시트 충격에 파운드 거래로 수익을 낸 딜러는 한 손에 꼽을 정도라며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맞섰던 소로스 같은 승자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파운드의 움직임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좌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유로와 파운드의 환율 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지위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EU 탈퇴로 영국 기업의 활력이 떨어진다 해도 이것 역시 몇 개월 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결국 브렉시트 절차 과정의 돌발 변수와 경제 상황에 달린 셈이다.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한 파운드 가치를 나타내는 BOE 파운드 지수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최고치에서 9% 정도 하락했다. 영란은행은 이 가운데 절반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브렉시트 결정이 이미 나온 만큼 9%의 하락폭 중 4.5%는 상당히 신속하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영국이 EU 탈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파운드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아도 파운드가 급격하게 더 떨어질 것임을 인정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브렉시트 결정으로 파운드 가치가 최대 2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로스 역시 15~20%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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