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경영권 승계의 위험성

입력 2016-05-24 10:27 수정 2016-05-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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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완 연세대 로스쿨 교수

최근 대한민국 대표업종의 구조조정이 경제계 화두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조선업과 해운업의 문제가 심각하다.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음에 따라 법정관리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사업이고, 앞으로의 경기를 예측하면서 경영을 하는 것이 해운업을 경영하는 최고의사 결정권자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경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호황의 끝자락에 상투를 잡는 무모한 결정을 내려 과도한 용선료가 회사를 도산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회사 오너인 최고경영자가 갑자기 작고하면서 부인들이 경영권을 승계받아 회사를 경영한 경우이고,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동시에 도산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오너경영과 경영권 승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중한 사업가가 회사를 세워 기업을 키워 나가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이다. 따라서 오너 경영이라는 것은 기업 초기의 지배구조로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경영권이 대를 물려 가족에게 승계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가족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에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기업에 누구보다도 많은 애정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2세 경영자가 실제로 그렇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능력이 없는 가족이 기업의 경영권을 승계받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최악이다. 기업도 망하고, 결국 경영권을 가진 가족도 모든 것을 잃는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위대한 기업가 시대를 거쳐 20세기 초반에 들어오면서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렸다. 오너집안은 대주주지만 기업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전문경영자가 회사를 경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전문경영자 시대로 이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있다.

우선 전문경영자에 의한 기업경영은 경영능력이 가장 출중한 사람이 회사를 경영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경쟁을 거쳐 경영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입증된 사람에게 회사경영을 맡기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오너경영체제의 경우에는 이미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쟁시스템이 작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오너경영체제는 회사 경영에 필요한 지분비율을 지키기 위해 주식발행에 의한 자본조달을 꺼리게 되므로 회사의 규모가 크게 성장할 수 없다. 이것은 실제 미국에서 대기업의 경영권이 승계되지 않은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에서 오너일가의 경영권에 문제가 있는 주식발행보다는 내부유보와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증권시장을 발전할 수 없게 하는 한계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 경제계도 반드시 경영권을 승계시켜야 하다는 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이 사슬만 풀어도 우리 대한민국 경제는 더 한층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에게도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꿈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꿈은 오너경영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하여 오너 일가가 기업경영에 완전히 손을 떼라는 의미는 아니다. 김상조 교수님이 어느 칼럼에 쓰셨던 것처럼 이사회 의장을 오너 일가에서 맡아 회사 경영을 감시하고 회사 경영의 비전을 제시해 가는 역할을 하면 어떨까?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자가 서로의 권한을 인정하면서 이인삼각으로 해나가는 경영이 대한민국에 필요한 새로운 기업지배구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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