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의‘청춘’, 어떻게 세월이라는 비평 통과했나?[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6-02-1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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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발표된 김창완의 '청춘'은 35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1년 발표된 김창완의 '청춘'은 35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1년. 대학 때문에 올라온 서울의 3월 날씨는 고향 전남 나주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차가웠다. 처음 해 본 서울 생활은 고단했다. 대학 신입생의 낭만적인 꿈은 캠퍼스를 뒤덮은 사복 경찰과 최루탄으로 금세 절망으로 변해갔다. 눈앞에서 경찰에 의해 짐승처럼 끌려가는 선배들의 절규가 한 해 전 겪었던 5월 광주의 데자뷔처럼 다가왔다. 잡혀가지 않는 남은 자들의 자책과 독재정권에 대한 분노를 막걸리 한잔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이었다.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영가가 구슬퍼…’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그랬다. 절망과 분노의 순간에 김창완의 ‘청춘’은 그렇게 힘들었던 청춘들을 위로했다.

2016년.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필과 김창완의 콜라보레이션곡 ‘청춘’이 귀를 두드린다. 김창완의 ‘청춘’이 발표된 지 35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청춘’은 여전히 위안이고 청춘을 관통했던 1980년대에 대한 추억의 되새김질 기제다.

노래의 강한 생명력이다. 시간을 가로지르며 오랜 세월 사랑받는 김창완 노래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김창완은 이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노래의 생명력은 세월이라는 비평과 비판을 겪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그의 저서 ‘가수를 말하다’에서 “대중의 폭발적 정서와 포근한 정서를 차례로 정복한 음악가는 가요 사상 김창완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창완이 산울림, 그리고 김창완 밴드를 통해 발표한 음악은 오랜 세월을 견디며 여러 세대의 가슴을 관통할 수 있는 서사와 서정, 폭발적 정서와 포근한 정서, 순진무구한 감수성과 프로페셔널 한 테크닉, 천재성과 평범함의 조화, 그 자체다. 그리고 그의 노래에는 음악의 의미 있는 소명과 완성도를 위한 김창완의 지난한 몸짓이 담겨 있다. 김창완은 간절하게 소망한다고 했다. “음악은 위로받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의 표출이다. 나에게 음악 자체가 위로인데 상심한 사람들에게도 내 음악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

최근 들어 우리 대중음악계에는 김창완의 노래처럼 세월이라는 비평을 통과하기는커녕 한순간도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회용 음악들로 넘쳐난다. 왜 그럴까. 대중음악은 문화인 동시에 산업이다. 최근 상당수 대중음악은 문화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가치에 매몰돼 있다. 이 때문에 대중의 호주머니 돈만을 겨냥한 기계로 찍어낸 듯한 영혼 없는 획일적 음악들이 홍수를 이룬다. 대중음악의 목표가 감동과 공감이 아닌 이윤창출로 변한 지 이미 오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문화(Culture)는 경작(耕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cultura’에서 유래된 말이다. 마음의 밭을 일구는 것이 음악을 비롯한 문화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윤창출에만 역점을 둔 대중음악은 마음에 감동과 공감의 파문을 일으키지 못한다. 세월이라는 비평을 견디지 못하고 순간에 소비되는 일회용 자극제로 끝난다. 시대정신과 진정성, 완성도, 간절함 결여의 결과다. 강렬한 자극성과 폭력성, 선정성으로 무장한 음악은 한순간 귀를 잡을 수 있지만 마음은 잡지 못한다. 이런 음악은 세월의 비평을 통과하지 못한 채 단명 한다. 아니 일회용 소비로 끝난다.

“제가 어린데 (노래가)좋네요. 저도 나이 곧 들겠지요”(박혜인) “올해 29인데 이 노래가 심금을 울려요”(lemon77) “나이 들어 들으니 정말 와 닿는 가사네요”(강경숙) “중학교 때 눈물 흘리며 듣던 곡인데 50 가까운 지금 들어도 눈물이 나요”(원석정)…유트브에 올라온 김창완의 ‘청춘’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이다. 세월의 비판을 견디며 다양한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 공감을 주는 그런 음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창완의 ‘청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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