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IMF의 추억과 중국 금융불안

입력 2016-01-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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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최근 연일 중국증시가 세계의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현재 중국 금융시장을 쳐다보면 1997년 IMF 사태 당시의 우리나라 금융상황이 겹쳐 보인다. 급증한 국가 총부채 및 기업 부채, 비효율적인 공기업들, 엄청난 규모의 과잉투자 등 규모가 다를 뿐이지 마치 20여 년 전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는 듯한 기시감(旣視感: Deja vu)이 드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닮아 보이는 것이 바로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1995~1996년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에서 싼 금리의 달러를 단기로 조달해 들여왔다. 그런데 해외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단기로 차입한 달러화의 상환 요구가 들어오게 되고 달러 유출이 본격화하자 우리나라 원화에 대한 소위 역외 선물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IMF 사태를 알리는 서곡이었던 셈이다.

현재 중국의 사정은 어떠한가? 중국의 기업들 또한 자본 조달에 대한 통제가 심한 국내보다 해외에서 제로 금리에 육박하는 싼 금리로 자금을 마음껏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작년부터 달러 조달 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달러화에 대한 초과 수요가 나타나자, 자유롭게 위안화가 거래되는 홍콩의 역외 위안화 환율(중국 국내 위안화 환율인 CNY와 구분하여 CNH로 표기한다)이 국내 위안화 환율과 괴리를 보이며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는 당국의 태도 또한 매우 닮았다. 당시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역외시장에서 외환을 투기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고, 최근 중국 당국 또한 홍콩에 거래되는 위안화에 대한 지불준비금 제도를 도입, 아예 역외시장으로부터 위안화 씨를 말려 버리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위안화의 약세에 베팅하는 투기세력들은 매도할 위안화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그 대체재로 홍콩 달러화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홍콩 달러화는 달러화에 페그(peg)된 통화로, 환율은 달러당 7.75~7.85 홍콩달러의 좁은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돼 있다.

웬만해서는 7.80을 넘지 않는 홍콩달러화는 최근 헤지 펀드들의 공격 이후 현물 환율이 7.8229까지 올라가고, 미래의 환율을 보여주는 선물 환율은 밴드를 넘어선 7.8904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따라 홍콩달러화 금리를 나타내는 3개월 HIBOR 금리가 작년 말까지 0.38%대에서 움직이다가 올해 들어 0.70%까지 폭등했다. 금리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는 홍콩의 주택시장이 최근 폭락했으며, 주식시장 또한 급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홍콩은 환율 방어를 포기할 것인가? 오늘날 홍콩에 ‘국제금융센터’라는 부(富)를 가져다준 것이 바로 자유로운 외환 거래 및 안정적 홍콩화폐 가치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홍콩의 존재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서, 홍콩당국은 페그제를 포기할 수가 없다.

1998년 당시 홍콩당국은 이를 어떻게 방어했는가? 일단 홍콩달러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하루 사이에 두 배 가까운 16.57%까지 올려버린다. 그리고 외환시장에는 외환보유액을 제한 없이 풀어 1180억 달러를 공급했다. 그 다음 투기세력의 공매도 대상이 됐던 주식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사상 처음 주식시장에 개입해 당시 홍콩증시 시가총액의 5% 가까운 주식을 150억 달러를 들여 매입했다.

이러한 과감한 정책으로 투기세력들은 큰 손실을 보고 물러났다. 콴텀펀드를 이끄는 조지 소로스 또한 나중에 자신의 실패를 시인했다. 최근의 홍콩달러화 공격은 과거의 예로 보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거에 우리가 그랬듯이 중국 금융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가 불확실하다. 당시 때 이른 ‘세계화’를 외쳤던 우리처럼 중국 당국 또한 위안화의 ‘국제화’ 구호를 들고 나와 사태를 더 악화시켰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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