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자본시장 60년]명동 큰손 ‘백할머니’부터 ‘광화문 곰’·주식농부까지 대중욕망 불지펴

입력 2016-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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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희엽· 故 고성일씨·헨리 정·윤강로씨 등 재야의 공신

증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주식투자를 통해 종잣돈을 수백 배, 수천 배로 불린 이른바 ‘슈퍼개미’(큰손 개인투자자)들이다. 사람들의 욕망에 불을 지피는 이들의 ‘대박신화’는 개미(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쪽박’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눈을 증시로 돌려 자본시장의 외연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슈퍼개미의 원조는 고(故) 백희엽씨다. 이름보다 ‘백 할머니’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졌다. 한국전쟁 때 무일푼으로 월남해 페니실린군복 장사를 하면서 종잣돈을 모은 백씨는 1950년대 후반 건국채권에 투자해 거액을 벌어들이면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백씨가 굴린 돈은 당시에는 천문학적 액수인 300억~4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 여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박 회장은 대학원생 시절 백 할머니라는 분이 명동 사채시장의 큰손이라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백 여사를 찾아갔다. 박 회장은 백 여사에게 대뜸 ‘주식 투자를 좀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백 할머니’는 우량주를 2~3년씩 보유하는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광화문 곰’으로 불렸던 고 고성일씨도 빼놓을 수 없다. 저평가된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이른바 ‘물량 떼기’가 주특기였다. 그의 별칭은 손해를 보고도 끈질기게 주식을 사 모으는 투자 스타일에서 비롯됐다. 주식시장에 발을 들일 때부터 자산가였던 그는 시중에 건설사 주식이 풀리면 무조건 쓸어 담았다. 고씨가 사들인 종목은 씨가 마르게 되고 주가는 더욱 뛴다. 고씨는 이때 쟁여뒀던 물량을 풀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당시 명동에서는 “우리나라 하루 주식 거래대금의 3분의 1은 광화문 곰의 돈”이라는 말이 나돌았던 것은 고씨의 매입 규모를 가늠케 한다.

비슷한 투자방식을 구사했던 ‘헨리 정’도 80년대를 장식한 슈퍼개미의 반열에 들어간다.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씨 말리기’라는 작전 수법을 처음 선보인 인물로 알려졌다. 호재가 있는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유통 주식수를 줄인 뒤 주가를 올리는 수법을 구사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슈퍼개미들이 주로 선물시장에서 활약했다. ‘압구정 미꾸라지’ 윤강로(현 KR선물 회장)씨가 대표적이다. 선물시장에서 위험을 잘 피해간다고 해서 미꾸라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서울은행에서 1983년부터 1998년까지 15년 동안 일하며 모은 종잣돈 8000만원을 가지고 선물시장에 뛰어든 그는 2004년까지 1300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선물투자의 신’으로 불렸다. 이밖에도 △‘목포 세발낙지’ 장기철 △‘슈퍼 메기’ 선경래 △‘전주투신’ 박기원 등 수많은 슈퍼개미의 신화가 잇따랐다. 비교적 최근에는 주식농부 박영옥, 시골의사 박경철 등이 슈퍼개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이렇게 이름을 날린 투자 고수 가운데 일부는 유명세 이후 큰 손실을 보며 추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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