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투데이] 뉴욕 맨해튼의 흉물이 된 한국문화관광센터 부지...첫 삽은 언제쯤?

입력 2015-08-3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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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맨해튼 32가 120~126번지. 여기서 네 블록을 더 가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다. 이곳은 한인타운이 인접한 요지다. 이 요지에 폐허로 방치된 빌딩 부지가 있다. 596㎡(180평) 규모의 이 부지는 한국문화관광센터(뉴욕코리아센터)가 들어설 자리다. 2009년 3월 우리 정부가 1580만 달러에 구매한 이 부지는 화려한 맨해튼 거리를 흉측하게 만드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지 매입 당시 2010년 말까지 센터를 완공하겠다며 의욕을 보였으나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외부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설치해 놓은 가림막은 난잡한 그래피티(낙서)로 더럽혀져 오가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센터가 언제 착공돼, 언제 완공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2009년 10월 국제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주)삼우종합건축이 제시한 설계안을 토대로 일곱 차례에 걸쳐 건설공사 국제 입찰을 실시했으나 번번이 유찰됐다. PQ(Pre-Qualification, 입찰자격사전심사)를 제출한 업체가 아예 없거나 1개사뿐이었다. 정부가 책정한 공사 예산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건설업체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뉴욕코리아센터는 고려청자 등을 모티브로 한국적 색채와 이미지를 살린 외관에 176석의 공연장, 한류체험관, 전시실, 도서자료실, 한국어 강의실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 3212㎡(973평) 규모로 설계가 되어 있다.

뉴욕 맨해튼의 건축단가는 적게 잡아도 ㎡당 1만2378달러로 공사비가 3976만 달러에 달한다. 당시 환율(6월2일 매매 기준, 달러당 1113원)로 환산하면 442억원 규모. 여기에 1941년부터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이 부지의 오염된 토양 처리, 지하암반과 지하철 소음 처리, 건물 주변 안전을 위한 차수벽 설치, 우수관 변경 및 커튼월 등 공법변경까지 감안하면 ㎡당 건축단가가 1만900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총공사비가 6000만 달러(667억원)를 오르내리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마지막 7차 입찰 때 조달청의 입찰가는 392억7795만 원. 여러 차례 유찰 이후 예산을 80억 원 확대했으나 환율이 큰 폭으로 뛰면서 현실과의 괴리가 더 커져 버렸다. 여기에다 조달청이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공사 기간은 착공 이후 510일로 맨해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소음 규제로 주간에는 공사하기가 어렵고, 공사 차량의 맨해튼 진입은 물론 주차가 엄격히 통제되며, 맨해튼 건설노조의 막강한 힘 등을 감안하면 공사기간이 2년으로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니 어느 건설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려 하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8월6일)와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조된 ‘문화융성’의 추진 방향과 세부 실행 방안을 담은 ‘국정 2기, 문화융성의 방향과 추진계획’을 지난 18일 발표하면서 뉴욕코리아센터의 건립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09년 당시 유인촌 장관이 2012년까지 완공을 약속한 것과 지난 2012년 3월 최광식 장관이 뉴욕을 방문해 2014년 8월까지 차질 없이 완료하겠다고 한 약속을 그대로 반복한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2010년말 현지 실사를 통해 뉴욕코리아센터 건립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책을 조목조목 내놓은 것을 비롯, 각계의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 있어 조금만 관심을 두었더라면 헌 레코드판 돌리 듯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예산 부족과 예기치 않은 환율 변동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데도 보완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은 채 시책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뉴욕 현지에서도 나오고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풍 이후 주춤하고 있는 뉴욕의 한류를 되살리기 위해 뉴욕코리아센터 건립은 시급한 과제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현실성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내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또 지나친 규제로 건립에 차질이 야기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뉴욕시 당국의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류의 부흥은 문화 융성은 물론 비틀거리고 있는 창조경제에도 큰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남진우 뉴욕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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