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과잉범죄화’로서 간통죄와 경제범죄

입력 2015-03-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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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자유경제원장

간통죄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졌다. 1953년에 제정되어 62년 동안 지속되었던 법이다. 헌재 판결 이후에 콘돔회사의 주가가 상승하고, 나이트 클럽 수요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소식은 마치 법의 개입이 없어지면, 간통이 늘어난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킨다. 헌재의 위헌 판결은 민간 행위에 대해 정부 개입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준다.

간통은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행위다. 결혼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 독점권을 인정한 계약이다. 따라서 간통은 결혼 계약을 깨는 행위이므로, 상대방에 대한 계약 위반이다. 문제는 부부간 계약행위 준수 여부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가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민간계약이라 해도, 정부 개입을 옳은 방향으로 생각한다.

경제 부문에서도 이런 인식은 마찬가지다. 민간 분야에선 많은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며, 경제거래 당사자 간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상대방이 계약을 어겼을 때 정부 개입이 꼭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하도급법에선 민간의 거래계약이지만, 위반시 형법으로 처벌한다. 또한 자본시장법을 보면, 임원들의 보수에 대해 잘못 공시했을 때도 형법으로 처벌한다. 물론 정부가 개입할 땐 모두 정의로운 법률로 포장한다. 경제적 강자가 갑질하는 행위에 대해 형법으로 처벌하여 정부가 약자편에 든다는 논리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다.

민간영역에 정부가 형법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면, 국민들은 전과자가 된다. 2010년 기준 15세 이상 대상으로, 네 명 중 한 명이 전과자다. 민간영역에까지 정부가 형법으로 개입함으로써 야기된 현실이다. 이른바 ‘과잉범죄화’(over-crimimalization) 현상이다.

과잉범죄화의 문제는 민간의 경제활동을 형법으로 처벌함으로써 그만큼 민간경제의 활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재벌총수를 감옥에 보내면 감성적으론 시원하겠지만, 감옥에 간 총수를 통해 이룰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른바 과잉범죄화에 대한 기회비용인 셈이다. 민간경제 행위에 대해 사법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법으로 과잉범죄화하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발전기회를 놓치게 된다.

한때 민간행위에 대한 과잉범죄화는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었지만, 이제는 과잉범죄화에서 탈피하고 있다. 독일엔 우리 간통죄보다 훨씬 강력한 형법이 있었다. 1974년까지 남녀가 결혼증명서가 없으면, 호텔에 들어갈 수 없는 법이 존재했다. 이 법에 의하면 아들이 부모가 없을 때,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맺으면 부모가 처벌받는 형법인 셈이었다. 정부가 개입해서 모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선한 정부였던 시절에서, 이제 전세계는 민간의 경제행위에 대해 가급적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이른바 ‘탈 과잉범죄화’ 현상이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판결은 한국의 과잉범죄화를 탈피하기 위한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부부 간 애정 문제에 정부 개입이 필요없듯이, 민간영역의 경제행위에 대해 경제민주화, 갑을관계 등과 같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여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려는 방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정의, 경제민주화, 형평, 균형 등과 같은 논리로 민간영역에 개입하려고 하면, 현재 네 명 중 한 명이 전과자인 현실에서 점차로 전과자의 비중은 더 높아진다. 이제 경제 전반에 걸친 ‘과잉범죄화’ 형법 조항을 하나씩 민간의 법으로 넘겨야 할 시기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 철폐를 얘기하는데, 이제 과잉범죄화 조항도 규제혁신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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