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카톡, 그리고 조용필학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1-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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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뉴시스)

“회장님~ 언더웨어 촬영이라 또 굶어요. 맛난 거 사주세요~♥”(클라라) “눈빛이나 포즈가 매혹적이네”(이모 회장) “오예! 역시 회장님 사진 보는 눈이 정확하시네요. 알아봐 주셔서 기뻐요.”(클라라)

정말 가관이다. 전속계약 해지에 대한 견해차로 연기자 클라라와 소속 기획사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사이에 촉발된 분쟁이 가십과 호기심의 중심 메뉴로 떠올랐다.‘옐로 저널리즘은 이런 것이다’를 작정하고 보여주려는 듯 수많은 대중매체가 앞다퉈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진 클라라와 폴라리스 이모 회장간의 지극히 사적인 문자 대화까지 속속들이 보도하고 있다. 전 국민을 관음증 환자로 내몰고 있다. 클라라와 폴라리스가 계약 해지를 둘러싸고 펼치는 추잡스러운 싸움이 소송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SNS 미디어와 대중매체가 가세하며 선정성과 자극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클라라와 폴라리스와의 분쟁은 간단한 것이었다. 전속 해지를 주장하는 클라라와 그럴 수 없다는 폴라리스의 입장이 맞선 연예계의 전형적인 분쟁이었다. 이럴 경우 대체로 법적 해결로 판가름난다. 하지만 클라라 사건은 그러지 못하고 추악한 이전투구가 됐다. 바로 클라라가 전속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한 사유가 다름 아닌, 소속사 이모 회장의 문자 메시지로 인한 성적 수치심 때문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연예매체 등 대중매체들은 앞다퉈 양측의 입장을 생중계하듯 시시콜콜하게 보도하다 급기야 클라라와 이모 회장 간의 카톡 문자 대화까지 공개했다. 온갖 가십과 추문이 양산됐고 억측이 난무했다. 대중은 클라라와 관련된 사적인 스캔들을 왕성하게 소비하며 선정적인 루머와 악플을 쏟아냈다.

클라라와 폴라리스의 분쟁은 이제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이 사건은 연예인의 탐욕, 연예 기획사의 후진적 시스템, 대중매체의 옐로우저널리즘, 그리고 국민의 관음증 등 연예계를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쟁은 연예인, 연예기획사 더 나아가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한류로 인해 위상이 높아졌다는 한국 대중문화와 스타시스템, 연예인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 것이 바로 클라라 사건이다.

계약보다는 개인적인 이익과 욕심을 앞세우고, 인기를 얻은 뒤 계약서를 헌신짝 버리는 행태의 연예인, 소속 연예인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보다는 주먹구구식 후진적 관리, 불공정한 계약 관행 등 문제투성이의 연예기획사, 사실 보도와 건강한 비판보다는 연예인에 대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생활 보도 등 옐로우저널리즘으로 일관하는 대중매체, 연예인과 연예문화를 건강하게 소비하기보다는 가십과 스캔들에만 눈먼 대중이 대중문화와 연예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클라라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간의 분쟁이지만 이전투구가 되면서 연예인과 연예기획사, 그리고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화시켰다. “연예인 딴따라가 다 그렇지”라는 대중의 조롱이 이번 사건 파장을 바로 보여준다.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권력과 그 작동방식이 군사력과 경제력 중심으로 전개되던 하드 파워 시대에서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프트 파워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 바로 스타와 연예인이다. 스타와 연예인의 긍정적인 역할과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대학에선 한 스타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시켜 학문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영국 대학에선 비틀즈학 석사 대학원을 운영하고 미국 대학에선 정규과목으로 ‘레이디 가가학’ ‘마돈나학’을 개설하고 있다. 학계와 대중이 스타와 연예인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높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언제쯤 스타 이름을 내건 과목이나 학문을 접할 수 있을까. 교수와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시작한 ‘조용필학’ 이 대학의 정규과목으로 개설되는 것을 비롯해 대중과 전문가에게 스타와 연예인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예인과 대중문화를 추락시키는 클라라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대학교에서 조용필학 대학원을 신설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기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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