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최민식, 그의 수상소감이 특별한 이유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11-2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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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최민식-'루시' 최민식(CJ엔터테인먼트, UPI KOREA)

배우 최민식(52)은 자타공인 영화계 최고의 배우다. 최민식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단순한 흥행 파워를 넘어 남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1700만 관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한 영화 ‘명량’은 각종 사회적 문제와 사건ㆍ사고로 지쳐있는 전 국민의 공감대를 자아냈다. 세계적인 거장 뤽 베송은 신작 ‘루시’에서 한국배우로 최민식을 선택했다. ‘명량’의 이순신 장군과 ‘루시’의 미스터 장을 볼 때 최민식은 또 다시 진화했다. ‘올드보이’(2004)에서 보여준 최민식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했던 카리스마와 독보적 연기력은 세월의 풍파에 다듬어져 전 국민적 지지를 받는 완성형에 다다랐다. 그 이면에는 최민식 특유의 겸손함이 묻어있다.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떠오른다. 김한민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 연기자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배 위에서 아무 말 없이 군소리 안 하고 모든 부상을 감내한 60여 명의 조ㆍ단역 배우들 감사하다.”

지난 21일 제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영예의 남우주연상을 받은 최민식의 수상 소감이다. 최민식은 항상 자신의 공을 자랑하고 언급하기 이전에 함께 한 동료 배우, 제작진, 스태프에 먼저 감사했다. 한 명의 단역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고마움을 전한다. 여기에 지금의 최민식을 만든 힘이 있다. 타인을 배려하고 누구보다 겸손하며 한국영화계를 사랑하는 마음이 최민식의 연기 인생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드보이’ 이후 10년, 최민식은 작품, 캐릭터와 치열하게 싸우며 연기했지만 한편으로 영화계 부당한 현실, 근로자로서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단역에 대한 인간적 배려가 동행됐다.

2012년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민식이 무겁고 진지한 표정으로 전한 수상소감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오늘은 잔칫날이다. 상도 받고 기분 엄청 좋은 날이다. 하지만 한 쪽으로는 무겁다. 주제넘게 한 마디 하겠다”며 “어떤 동료 감독이 자기 자식 같은 작품을 스스로 죽이는 모습을 봤다. 누구는 지금 쓴 소주를 마시면서 비통에 젖어 있다. 상업영화든 비상업영화든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모두의 축하를 받는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에서 찬 물을 끼얹는 수상소감이었지만 최민식이기에 가능했던 ‘주제넘은’ 수상소감이었다.

1999년 ‘쉬리’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최민식은 무려 15년 동안 수없이 많은 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성실하고 한결 같은 그의 연기자로서 자세가 스타가 된 지금, 부당한 현실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줬다고 볼 수 있다. 정상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남우주연상을 받았기 때문에 ‘쓴소리’도 거침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엑스트라 한 명, 자신의 필름을 세상에 내보내지 못하고 버려야 했던 무명 감독, 신념을 가지고 영화 제작에 인생을 바친 무명 제작자에 대한 최민식의 고뇌와 배려, 애정이 그의 ‘쓴소리’의 가장 큰 이유다.

최민식은 반세기를 지나 51회로 새 출발한 대종상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함께 후보로 올랐던 송강호, 박해일, 정우성, 강동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박수를 부탁했던 최민식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최민식의 향기는 더욱 짙어질 것이고, 그의 시대가 더욱 길어질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1700만명의 관객이 선택해도 겸손할 수 있는 자세가 최민식의 진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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