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국가를 지켜가는 3대 아름다운 사람들

입력 2014-10-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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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교수,아시아중소기업학회 회장

미국을 지켜내고 있는 ‘3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미국민들은 그들에게 늘 감사와 존경을 보내고, 이는 오늘날 미국을 지켜내는 힘이 된다고 한다. 납세자(Tax Payer), 군대(military), 기업가(entrepreneur)이다. 납세자는 곳간을 채우고, 군대는 돌발 상황에서 미국이 안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기업가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투자하는 사람들로,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이 있어 미국은 항상 새로운 신기술을 만들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해가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선 납세자를 보자.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는 제일 먼저 세금자료를 뒤진다. 그의 능력과 공헌보다 문제의 소지를 찾아내는 결정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세금을 안 내는 사람이 고위공직자로 선호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다. 대한민국 군대는 흔들리고 있다. 감사와 존경의 대상은커녕 군복 입고 밖에 다니면 주변의 눈총이 무섭다고 한다.

기업가는 어떤가. 기업가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기업가정신의 반대인 관료사회에 대한 선호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위험한 미래에 도전하기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어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사회의 기초가 되는 3대 집단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인들은 더욱이 이들을 정치적 쟁점의 대상으로 몰고 간다. 단기적으로 정치인이 인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현재에 머물러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는 ‘현재의 저주’(curse of incumbency)에 빠져들어,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보다 현재의 시시비비를 따진다. 현재의 저주에 빠지면 단기적으로 성공하고, 장기적으로 죽게 된다. 해외시장에 도전하기보다는 국내 참호에 머무르고 싶어한다. 이것이 세계와 고립되는 심각한 갈라파고스화를 만들고 있다.

늙어가는 경제의 특징이 있다. 전문품(specialty)보다 범용품(commodity)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전문화와 차별화로 신시장에 도전하기보다 기존시장을 지키려 하는 경향이 강한 탓이다. 세계 7위의 수출 규모라는 양적 성장에도, 세계 1등 제품을 만들어내는 질적인 성장은 약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2013연도 총 수출액은 5596억 달러로 세계에서 7번째로 수출을 많이 했지만, 점차 수출 저변이 취약해지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64개로 수년째 하향·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도 2등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신흥강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는 심각하게 둔화되는 양상이다. 2012년에서 2014년 상반기에 이르기까지 3년간 우리 기업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했다.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해 중소제조업 수출 비율이 2005년 16.40%에서 2011년 13.2%로 떨어졌다. 차별화, 전문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도전하지 않아 한국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경제의 핵심은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다. 지난해 국제기업가정신연구기관(Global Entrepreneurship Research Association)에서 발표한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DI)에서 우리나라 기업가정신 순위는 33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2개 국가 중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기업가정신이란 현재에 안주하지 말도록, 제품의 범용품화를 막고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서 신제품을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입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연구개발 성과 측면에서 보면 OECD 국가 중 사업화율 29위로 연구개발 패러독스에 빠져 있다. 2012년 우리나라는 57억4000만 달러의 기술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16조여원의 연구개발 예산 중 약 40%가 정부 출연연 예산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술무역 적자액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연구개발 투입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이 부족하여 거액을 들여 해외기술을 수입하고 있다.

창조경제란 신제품을 만들고 신시장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가정신 없는 연구개발 투입은 비용이 될 뿐이다. 이제 우리 모두 도전하는 자에게 격려하고 그들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우리 사회에 활력이 돌아올 수 있다. 필자가 참석하는 해외중소기업 콘퍼런스는 온통 기업가정신 이야기뿐이다. 워싱턴 중소기업 콘퍼런스나 OECD 중소기업회의에서 왜 선진국조차도 기업가정신 얘기만 하고 있는지 우리 정부도 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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