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잔인했던 4월’]사옥 옥상 펜트하우스서 연습생 몰래 불러 ‘검은 손’

입력 2012-04-2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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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기획사 대표 J씨 범죄 재구성

연예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성관련 범죄 사건이 또 한 번 업계를 강타했다. 유명 아이돌이 소속된 중견 기획사 A엔터테인먼트 대표 J씨가 소속 연습생 성폭행, 아이돌 멤버 성폭행 지시 등의 혐의로 지난 10일 긴급체포돼 13일 구속됐다. 이어 J씨의 지시로 연습생을 성폭행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고 자발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성인가수 K씨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속속 공개된 J씨의 행태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간 그의 만행에 남몰래 가슴을 치던 관계자들의 증언도 쏟아져 충격을 더했다.

연예계의 부익부 빈익빈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업계의 어두운 이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형태와 정도를 달리하며 진화하고 있다. 특히 성문제의 경우 고 장자연 사건 이후 업계가 각성해 추가 사건의 발생을 막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했다. 최근 큰 충격을 안긴 A엔터테인먼트 대표 J(51)씨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 J씨의 펜트하우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A엔터테인먼트 사옥의 옥상에는 대표 J씨를 위한 펜트하우스가 마련돼 있었다. 여타 엔터테인먼트 사옥 역시 대표를 위한 독립 공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같은 사무실 내 공간 일부를 내주는 형태로 마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원들의 출입 역시 어려움 없이 이뤄진다.

이와 달리 J씨의 사무실은 직원들의 공간과 동떨어져 오롯이 J씨만을 위한, J씨의 아방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무실에 들르는 외부 인사의 경우에는 옥상에 있는 사무실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J씨의 사무실은 별도의 개폐장치가 설치돼 있어 직원들의 출입이 쉽지 않았다. 개폐장치를 열 수 있는 직원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의아할 수 있지만, 직원들은 이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외근이 대부분인 엔터테인먼트 업무 특성상 업무보고 역시 온라인이나 유선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중요한 정보는 J씨의 사무실 출입이 자유로운 여비서를 통해 전달받았다.

이처럼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이 공간은 J씨의 범행에서 핵으로 자리했다. 소속 연습생을 불러 직접 성폭행하거나 소속 가수에 지시한 성폭행의 진행 상황 확인 등은 주로 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년간 이어진 소속 연습생의 피해를 직원들 대다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소속 연습생의 경우 J씨가 전담 관리해 범행의 비밀을 유지했다. 수개월 전 방출한 걸그룹 연습생만하더라도 J씨가 연습실에서 합숙소까지 이동 차량을 직접 운행하는 등 일거수 일투족을 전담관리했다. 과거 A엔터테인먼트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이 걸그룹의 숙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이가 없다”면서 “숙소 앞까지는 늘 J씨가 데려다 줬다”고 말했다.

◇ 출발은 가슴부터

사실 J씨의 성품에 대해서는 업계 내 평가가 좋지 않았다. J씨의 고압적인 태도나 예의없는 행동들은 그간 소문으로 수차례 떠돈 바 있다. 10여년간 업계에 몸을 담았지만, 기자가 만난 J씨의 주변인 상당수는 그의 이야기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성에게는 막말과 폭행, 이성에게는 좋지 않은 ‘손버릇’이 문제였다.

한 연예 관계자는 업무를 논의하기 위해 J씨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을 목격했다. 그는 “마침 소속 가수(또는 연습생)를 교육(?)하는 중이었던 것 같다”면서 “야구 방망이를 둘러매고 나타나 욕설을 시작했다. 이후 나와는 첫 만남인데도 반말을 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J씨와 술자리에 수차례 동석한 관계자는 “그의 손버릇 탓에 낯이 뜨거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어떤 업소를 가든지 종업원의 가슴부터 시작해 온몸을 만져댔다”면서 “아무리 술자리라도 모든 연예관계자, 모든 남성이 종업원을 그렇게 대하지는 않는다. J씨는 정도가 심했다”고 말했다.

밤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J씨의 만행은 익히 잘 알려져 있었다. 홍대 인근, 강남 일대 등 다양한 지역의 업소 관계자들 사이에서 J씨는 이름 석자보다는 속어를 섞은, 종업원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별명으로 불렸다. 모 업소 직원은 “예약 리스트에서 J씨를 보면 정말 휴무를 내고 싶었다”면서 “업소의 룰을 어기는 요구도 심심찮게 해와 아주 골치가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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