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송대남, 누구도 막지 못한 부상투혼, 인생역전 金 메쳤다

입력 2012-08-03 06:45 수정 2012-08-0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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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그는 주목받지 못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리며 화려한 조명을 받는 1인자 뒤에서 묵묵히 땀을 흘려왔다. 그리고 그가 흘린 눈물과 땀은 1인자를 뛰어넘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선물했다.

송대남(34·남양주시청)은 만년 ‘2인자’이자 비주류였다. 용인대 출신들이 많은 이번 대표 팀에서도 청주대 출신인 그는 몇 안 되는 비 용인대 출신이다. 유도계의 비주류인 송대남은 꾸준히 기량을 뽐냈지만 올림픽을 포함해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는 번번이 출전이 좌절됐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송대남은 권영우(한국마사회)에게 밀리며 올림픽 출전 티켓 획득에 실패했다. 절치부심하며 4년을 준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태극마크를 달고 매트를 누비겠다는 일념 하나로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의 앞엔 당시 73kg급에서 81kg급으로 체급을 올린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 버티고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1kg 대표 선발전에서 송대남은 김재범에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판정패 당하며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눈물을 삼켰다. 처음으로 은퇴까지 생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양쪽 무릎의 인대가 모두 끊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2010년 10월 무릎에 인공 인대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주변에서 “송대남은 끝났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수술 후 1주일 만에 걸었고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한 달 만에 재활을 끝냈다. 타고난 근육질 체형이 뒷받침 됐다. 무릎의 부담을 줄여줘 회복 속도가 빨랐다.

그의 재활은 첫 번째 기적이었다. 정훈 한국 유도 대표팀 감독도 “나이 30은 유도선수에게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나이”라며 “피나는 훈련과 노력, 의지로 모든 걸 극복한 것이 바로 송대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앞엔 김재범이 있었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김재범을 꺾어야 되는 상황. 그는 결국 81kg급에서 90kg급으로 체급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런던올림픽 개막을 불과 16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의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후 송대남은 하루에 5끼를 먹으며 살을 찌웠다. 먹고, 또 먹었다.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90kg급으로 체급을 올린 송대남은 지난해 코리아월드컵과 몽골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쌓았고 마침내 지난 5월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90㎏급 국가대표로 뽑혔다.

그리고 마침내 송대남은 이번 올림픽에서 유도 인생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냈다. 송대남은 지난 1일(현지시간)런던올림픽 남자유도 90kg급에서 세계랭킹 4위 아슬레이 곤살레스(쿠바)를 연장전 끝에 안뒤축 감아 걸기 절반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송대남은 정훈 감독에게 큰 절을 올렸다. 사실 정훈 감독과 송대남은 동서지간이다. 송대남의 아내와 정 감독의 아내가 자매지간인 것이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한 가족인 두 남자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의 나이 34살. 사실상 이번 올림픽이 그의 선수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다. 그리고 ‘기적의 사나이’ 송대남은 마지막 올림픽의 피날레를 화려한 금빛 메치기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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