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10주년...미국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입력 2011-09-10 17:15 수정 2011-09-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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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경비 삼엄·월스트리트 명성 퇴색·심각한 인종 차별 등

전 세계를 경악케 한 9.11 미국 동시다발테러가 발발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지난달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발생한 강진에도 테러 공포부터 떠올리는 등 미국인들의 머릿 속에선 10년 전 ‘나인·일레븐(9.11)’의 악몽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2001년 9월11일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자살 폭격으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무너지면서 3000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고, 이 영상을 지켜본 세계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9.11 테러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대공황 당시 검은 목요일·일본의 진주만 공격·케네디 대통령 암살·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등과 함께 세기의 충격으로 각인돼 있으며, 미국 정부가 정치·경제·사회 전반을 판단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9.11 테러가 발발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당시 테러로 무너졌던 세계무역센터 철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연못이 들어서는 등 뉴욕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WSJ

◆ 보이지 않는 국경의 벽 = 9.11 테러는 미국 인근국과의 국경에 보이지 않는 벽을 쌓았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 마을인 미시간 주 센트크레아 강가에는 감시 카메라와 경비대원이 급증하면서 입국 심사도 까다로워졌다. 테러 발생 전에는 없던 풍경이다.

현지 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현지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캐나다에서 오던 고객이 줄었다며 자동차 산업 침체로 마을 부품 공장이 타격을 입은데다 설상가상이라고 한탄했다.

9.11 테러로 가장 엄격해진 것이 항공여행이다. 미국 입국 절차도 까다로워졌고, 탑승자의 안전검사가 강화돼 대기 시간이 1시간이 넘는 경우는 기본이다. 속옷에 폭발물을 숨긴 사례가 발각된 이후에는 전신 투시 스캐너까지 도입됐다.

이 영향으로 세계 관광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2000년 17%에서 2010년에는 12.4%로 침체했다.

미 정부가 테러 이후에 지출한 국토 안전 보장 관련 예산은 6486억달러에 이른다.

◆ 빛 잃은 월스트리트 = 지난 10년간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는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9.11 테러로 무너진 WTC 자리에서 가까운 맨해튼 남부의 월스트리트는 과거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테러 이후 모건스탠리 등 많은 대형 금융기관이 중심부인 미드타운으로 거점을 옮겼고, 1792년에 설립돼 월스트리트를 상징해 온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독일 증권거래소에 사실상 넘어가게 됐다.

던컨 니더라우어 NYSE 유로넥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자기 부담의) 주식 거래만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혀를 찰 정도.

주택 버블 붕괴를 계기로 2008년 9월에는 대형 증권사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메릴린치는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흡수됐다.

레버리지에 의존해 모기지담보부증권 등으로 돈을 벌어온 투자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월스트리트를 무덤으로 만든 것이다.

월스트리트는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금융 위기를 초래한 주범 취급을 받으며 여전히 미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 “이슬람 교도는 테러리스트” = 9.11 테러의 주범이 이슬람 교도로 알려지면서 사태 발발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슬람교도들은 미국에서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고 있다.

이슬람교도인 한 고교생은 “학교에서 테러리스트로 불린다”며 “태어나고 자란 것도 미국인데 나의 나라에서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지 이슬람교도들은 미국 사회에 강하게 뿌리박힌 편견과 차별이 10년간 한층 더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전미에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박해나 회교 사원을 파괴하는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헤이트 크라임(이슬람 교도에 대한 증오 범죄)’는 9.11 테러 직후 1년간 400건 이상 발생했고, 이후 매년 100건이 넘게 이뤄지고 있다.

◆ 그라운드 제로, 폐허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는 뉴욕의 새로운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뉴욕의 상징이었던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철거된 자리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연못이 조성되고, 나머지 공간은 참나무로 채워지는 등 추모 공원이 들어선다.

그라운드 제로는 테러 발발 10주년을 받아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9월11일 유가족을 시작으로 12일부터는 사전 예약을 마친 일반일에게도 공개된다.

근처에는 추모 박물관을 비롯해 고층빌딩과 대형 쇼핑센터, 하루 25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터미널도 건설되고 있다. 빠르면 2015년 완공 예정이다.

이 중에는 북미 대륙에서 최고층이 될 상업빌딩 ‘1 WTC’도 포함된다. 높이는 미국의 독립년도와 같은 1776피트(약 541m)다.

이 곳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기업들이 일찌감치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판도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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