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역전되나...SNS의 그늘

입력 2010-08-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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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기능·예측 소셜미디어로 진화...일기예보와 비유되기도

# 1997년 5월 7일 뉴욕 맨해튼 51번가 에퀴터블 센터에서는 세기의 체스 대결이 펼쳐졌다.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 IBM이 만든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세계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가 기계대 인간의 숨막히는 싸움을 벌인 것이다. 결과는 6경기 가운데 딥블루가 2승 1패 3무로 카스파로프를 눌렀다. 기계가 인간을 누른 역사적 순간, 관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무명가수에 불과했던 노라 존스는 컴퓨터 덕분에 세계적 팝스타 자리에 올랐다. 그녀의 프로듀서는 다름아닌 스페인에 있는 폴리포닉 휴먼 미디어 인터페이스(폴리포닉 HMI)가 만든 ‘히트송 사이언스(HSS)’라는 소프트웨어. HSS는 새 노래를 입력하면 옛 히트곡과 비교, 수학적 분석을 통해 해당 곡이 앞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한다. HSS는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존스의 히트곡을 정확히 짚어냈다.

▲1997년 5월 7일 뉴욕 맨해튼 소재 에퀴터블 센터에서 IBM이 만든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와 체스 세계 챔피언인 개리 카스파로프가 기계대 인간의 숨막히는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6경기 가운데 딥블루가 2승 1패 3무로 카스파로프를 눌렀다.=IBM

인간의 편의를 위해 창조된 컴퓨터가 인간 고유의 기술과 재능까지 침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를 역전시키고 있다.

21세기에 접어든지 10년. 컴퓨터는 소셜 미디어로 진화해 인간들의 무의식을 지배하며 신의 영역에까지 도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했다.

IBM의 경우 카스파로프와의 체스 대전을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할 의도였지만 결론은 카스파로프가 패배함으로써 인간에게 굴욕을 안겼다.

카스파로프는 딥블루에게 패한 후 “(딥블루는) 저돌적인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며 “수세기에 걸쳐 확립된 이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HSS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HMI가 만든 HSS는 전문가들도 예측하지 못하는 히트곡들을 정확히 짚어내며 팝스타 제조기로 군림했다.

그러나 ‘딥블루’나 ‘HSS’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지능과 예측은 소셜 미디어로 한단계 진화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현상과 기술력으로 인해 과거에는 단순히 수학적 구조를 분석하면 예측이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교수를 지내고 현재는 야후의 수석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던컨 와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기호나 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예측을 하는 것은 체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체스판의 ‘퀸’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인간은 특성상 타인의 영향을 잘 받는 만큼 사회적 요소를 감안하지 않고는 인간의 취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했다.

1만4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2개 그룹으로 나누고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밴드의 곡을 몇 곡 들려주고 인기순위를 매기게 했다.

한 그룹에는 자신의 취향에만 의지해 순위를 매기게 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다른 참가자들의 평가 결과를 확인한 뒤 순위를 정하게 했다.

결론은 “곡 자체가 갖고 있는 가치는 없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그룹은 대부분이 원래 순서대로 순위를 정했고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의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와트는 “우리가 흥미롭게 여기는 것 대부분의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과거의 데이터와 비교하더라도 평균적인 결과는 낼 수 있지만 예외도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기교나 마케팅, 사회적 영향 등 다양한 요소들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와트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상업적으로 잘 활용되는 것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디그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다.

SNS는 개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의 관심사와 의견, 경험 등을 공유하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 다시 말해 SNS를 활용하면 대중이 흥미를 갖고 있는 영화나 제품의 평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휴렛패커드(HP)의 버나드 휴버먼 수석 연구원은 개봉 전인 영화에 대해 평가한 트위터를 분석해 개봉 직후의 흥행수입을 정확히 맞춰 화제를 모았다.

휴버먼은 지난 2월 개봉한 ‘디어 존’의 개봉 주말 현재 흥행 수입을 3071만달러로 예측, 실제 수입은 3046만달러였던 것.

와트 역시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의 동영상과 디그의 기사 및 신작 비디오 게임 등의 인기를 예측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답을 이끌어내고 있다.

와트와 휴버먼의 성공 사례는 넓게 보면 매우 단순하지만 결국 소셜 미디어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가 다시 인간을 조종하는 셈이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설명한다.

그러나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발생한 열대 저기압 위성 사진에서 어느 저기압이 태풍으로 발달할지를 예측하는 일기예보”에 비유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컴퓨터라도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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