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소싱 확산…선진국 고용시장 '적색경보'

입력 2011-02-09 16:12 수정 2011-02-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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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서 개도국 근로자 우위...선진국 근로자 밥줄 위협

기업들 사이에서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클라우드 소싱’이 글로벌 고용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클라우드 소싱’을 활용하는 기업과 근로자가 늘면서 고용시장에 국경이 사라져 인건비가 높은 선진국의 실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클라우드 소싱’은 업무를 세분화해 인터넷으로 전세계 인력을 모집,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보수를 지급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10년 전 미국 라이브옵스가 처음 개발했다. ‘휴먼 클라우드’ ‘마이크로 워크’ 등으로도 불린다.

기업 입장에선 전세계에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해 프로젝트를 조기에 완료할 수 있는데다 필요 없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불경기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지금 같은 때에 프리랜스로 일하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에게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클라우드 소싱 업체인 톤갈은 완구업체인 마텔과 보험사 올스테이트, 제과업체인 팝칩스 등 수많은 고객사를 거느리고 있다.

고객사에 기업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납품하고 있는 톤갈의 동영상 제작 방법은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다. 기업 홍보 동영상 프로젝트를 작품 기획과 동영상 제작 등 여러 단계로 나눠 인력을 모집해 경쟁시킨 뒤 각 단계별로 우수 아이디어를 제공한 상위 5명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톤갈의 클라우드 소싱에 응모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줄리아 리 씨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처음에는 사기를 당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녀는 “겨우 3시간 만에 완성한 아이폰용 30초짜리 광고 기획이 당선돼 1000달러를 벌면서부터 계속해서 클라우드 소싱에 응모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1년에 100시간 작업해 6000달러 이상을 벌었다. 시간당 60달러를 번 셈이다.

클라우드 소싱에 대한 사업성이 인정되면서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도 늘고 있다.

아마존닷컴은 클라우드 소싱 회사 ‘미케니컬 터크’를 2005년에 시작했다. 미케니컬 터크는 웹사이트상에서 오타나 내용 오류 등을 잡아내는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클라우드 소싱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MS는 2009년 클라우드 소싱업체인 유테스트에 자사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찾아내는 작업을 의뢰했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는지를 판매 전에 확인하기 위해선 전세계에서 100명 이상의 테스트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72국에서 총 3만3000명 이상의 인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유테스트가 적격이었다.

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도 2008년부터 일부 업무에 클라우드 소싱을 활용했다. 직원들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파워포인트로 프리젠테이션 자료 등을 외주할 수 있다. 직원들이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한 회사의 배려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한해에 총 6만6000시간 이상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클라우드 소싱의 다른 특징은 전 세계 인재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견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우크라이나 파키스탄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고용시장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기업 입장에선 같은 실력이면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보다는 인건비가 덜 드는 개발도상국 인력을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전세계 인재 네트워크를 거느린 프리랜서닷컴의 매트 배리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신흥국 개발자에게는 650달러에 발주가 가능하지만 선진국 개발자에겐 2만달러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에선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클라우드 소싱이 미국 노동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없지만 인도 등 개발도상국으로 일이 이동하는 것이 미국의 실업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해켓그룹은 작년 12월 보고서에서 “해외 업무 외주나 생산성 향상, 경기 침체로 2008년 이후 정보기술(IT)과 금융 등의 분야에서 1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면서 “오는 2014년까지 130만개의 일자리가 더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켓그룹은 최대 요인을 해외 업무 외주로 지목했다.

고용 시장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근로자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클라우드 소싱을 특화한 컨설팅업체인 메이븐 리서치의 와이어트 노드스트롬 CEO는 “고급 인력 수요는 여전하다”며 “이들은 여전히 시간당 250~500달러의 보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정보 제공이나 기업간 전자상거래(B to B)를 촉진하는 광고 문구 고안 등 창의력을 요구하는 분야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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