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특허전쟁③]난무하는 특허소송…‘기업혁신’ 발목

입력 2012-0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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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예측가능성입니다. 그런데 최근 특허소송이 난무하면서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성기 한국국제지적재산보호협회 회장은 최근 난무하는 특허소송에 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예측가능성을 낮추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특허전쟁이 가속화하면서 큰 값어치가 없는 특허의 경우도 몇 년에 걸쳐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허소송의 특성상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고, 옳은 판결이 내려져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당사자는 전략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만약에 정부가 세금을 올린다고 하면 기업은 전략을 세우면 되는데, 특허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권리기간도 한정돼 있기 때문에 오래 끌다보면 결국 특허권리도 반토막 나죠. 소송을 하는 입장이든 당하는 입장이든 피해가 큽니다.”

궁극적으로 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허 제도가 거꾸로 기업의 기술개발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빠른 혁신이 중요한 IT업계는 난무하는 특허소송전으로 인한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가장 많은 특허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가 바로 IT업계다.

최근 삼성전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업계 공룡 기업들은 모바일 패권장악을 위해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허 분쟁이 거대 기업들간의 ‘발목잡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곧 천문학적인 비용 투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노믹스’의 저자인 제프 자비스는 지난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올해 18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기업 성장이나 혁신이 아닌 특허 공방전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보스턴대의 제임스 베슨, 제니퍼 포드, 마이크 뮤어 교수는 지난해 ‘특허괴물에 의한 개인적, 사회적 비용’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특허괴물이 남발하는 소송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1990년 이후 총 500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소송이 급증하면서 4년간 연평균 소송 관련 비용은 830억달러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의 연간 연구·개발비 총액의 75%가 넘는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특허괴물에 의한 소송 때문에 이익이 감소하는 등 상당한 연구·개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특허를 출원하려다보니 부실한 특허 출원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DHL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이두한 변리사는 “기업이 특허를 낼 때는 권리범위를 잡아가면서 특허를 작성하고 출원해야 하는데 특허 소송전에 대비하기 위해 서둘러 출원하다보니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부실하게 특허 출원할 경우 나중에 무효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변리사는 “출원한 특허가 소송에서 무효로 판결 받는 경우가 7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민경현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라이센싱팀장은 “특허의 가장 기본적인 컨셉은 개인의 발명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면서 공유하자는 것이다. 결국 기술발전과 혁신을 위해 만든 제도인데, 지금은 거꾸로 가는 경향이 있다”며 “특허 숫자만 확보하려는 게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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