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정신 실종ㆍ임직원 갈등…'공룡' 네이버 총체적 난국

입력 2012-05-2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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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직원 횡령ㆍ핵심인력 잇단 사퇴…초심 잃은 직원들 기강도 해이해져

▲분당에 위치한 NHN 사옥 전경.
인터넷 업계의 공룡기업 NHN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네이버 위기론의 발단은 NHN 창업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사내게시판에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해서 NHN 왔다는 직원의 글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면서 “NHN을 동네 조기 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직원들의 기강 해이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부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이해진 CSO가 SNS 등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실기(失期)’를 깨닫고 직원들의 치열함이 없어진 것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 의장의 발언 이후 NHN은 ‘칼퇴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셔틀버스 없애는 등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섰다.

또 핵심 인력의 잇단 사퇴로 임직원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실제로 최근 NHN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조직개편 등으로 보직이 사라지면서 ‘구조조정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내부 직원이 오랫동안 수차례에 걸쳐 36억원을 횡령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조직과 직원 관리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망중립성과 관련해 이동통신사들이 포털에 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 중이고 정부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선정해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네이버 위기설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네이버의 성공 뒤엔 무차별 희생이=NHN은 신생 벤처로 시작해서 지난해 인터넷 기업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2002년 10월 코스닥 상장 당시 453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1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1위는 42.38%로 NHN이 차지했다. 이것은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의 최근 영업이익률 평균치가 30%대 인 점을 감안하면 전무후무한 수치다.

이와 같은 NHN의 성공 신화 뒤에는 중소·벤처기업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사냥이 끝나고 난 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네이버가 성장 정체에 직면해 중소 IT 업체의 사업영역까지 무분별하게 침범해 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에는 헐값에 사들이거나 불법으로 퍼 나른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우수한 커뮤니티들은 사이트 운영비가 없거나 인건비만 겨우 나올 정도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제공하는 협력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수익이 많을 때 영업이익률 5~10%를 보장 받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지식쇼핑’을 출시해 가격비교 서비스 업체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자회사 NBP를 설립, 키워드 광고 대행업을 직접 하면서 키워드 광고 대행업체들을 고사 위기로 내몬 NHN은 전자상거래업인 오픈마켓사업까지 진출하면서 비난에 불을 지폈다.

특히 네이버가 지난 3월 오픈한 ‘샵N’ 서비스는 독립몰들의 광고를 끌어와 주는 실핏줄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나 쇼핑몰 사업자들에게 사이트를 제공하는 웹호스팅 업체를 잔뜩 움츠리게 만들었다.

네이버가 부동산 사이트들의 거래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해 직접 부동산 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중소업체가 운영하는 ‘부동산114’, ‘부동산 1번지’ 등의 거래 사이트들은 일거리를 잃게 됐다.

IT업계 관계자는 “직원 규모로 보나 매출로 보나 대기업인 네이버가 단기적인 매출 상승을 위해 중소기업과 상생하기보다는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성장 정체에 빠진 네이버가 오픈마켓에 진출한 것은 새로운 수익원이라기보다는 최후의 발악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몸집 비대해진 네이버, 벤처 정신 ‘실종’=네이버가 당장 눈앞의 수익에 골몰하는 동안 전 세계 IT 업체들은 미래의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네이버는 해외에서 온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밀렸고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는 카카오톡이 90%의 점유율을 차지하도록 그 자리를 고스란히 내줬다.

따라서 단기적 투자에만 급급해 혁신을 게을리 하고 2~3년전 모바일 대응을 등한시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출시하기 보다는 경쟁사나 벤처기업이 이미 선보인 서비스 중에서 뜰만한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과거 벤처 정신은 실종된 지 오래라고 분석했다.

코닥이 디지털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하고도 기존 아날로그 필름 시장을 죽일 수 없다는 내부 반발로 결국 디지털 바람에 밀려 몰락한 사례는 지금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 사업에 안주하다가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인성 IT칼럼니스트는 “네이버는 이미 몸집이 비대해진 상태에서 수익구조는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지만 이미 정점에 달했다고 본다”면서 “포털의 위기는 우려 수준을 넘어서 이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주도권을 넘겨줘 콘텐츠가 쌓이지 않고 있음에도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 등으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빼앗긴 상황에서 무슨 비전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차라리 가능성 있는 업체에 창의력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투자만 하고 벤처 업체들이 환경을 조성한 뒤 성공한 업체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지금과 같이 구조가 커진 상황에서 네이버 내부에서의 혁신을 기대하기란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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