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대형화' 열풍]"많이 실어야 많이 남는다"…배·항공기 몸집 커졌다

입력 2012-07-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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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20년만에 9배 커져…최근 축구장 4배 크기 선박 등장

“크게 더 크게”, “빠르게 더 빠르게”

전 세계 조선사들이 추구하고 있는 말이다. 세계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해운회사들은 한 번에 보다 많은 물품 적재를 원하고 있다. 두 번으로 나누어 운반하는 것보다 한 번에 보다 많이 적재할 수 있다면 운임비 등이 절약돼 이익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회사들의 이 같은 요구에 세계 No.1 국내 조선사들은 앞다퉈 세계 최대 크기의 선박을 건조하는 등 보이지 않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선사의 경쟁력은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크기 20년만에 9배 커져 = 컨테이너선(Container Ship)은 화물을 능률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자형 용기인 ‘컨테이너’를 싣고 바다를 운항하는 화물선이다.

컨테이너선의 선박 크기를 말하는 단위는 TEU로 1TEU는 길이 6미터짜리 컨테이너 1개를 적재할 수 있는 용량을 뜻한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2200TEU급 컨테이너 선박이라고 하면 엄청난 규모의 선박으로 평가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4000TEU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하면서 10년만에 덩치를 두 배 가량 키웠다. 2200TEU급 선박은 명함도 못 내밀게 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사들의 선박 크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2000년 59억톤이던 세계 해상 물동량이 2006년 75억톤으로 급증함에 따라 컨테이너선들도 해운회사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빠르게 대형화 변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2005년 해운업계 1위와 2위 자리를 놓고 다투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놓고 경쟁적으로 최고 기록을 뒤집기까지 했다.

한진해운은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6500TEU급 선박 3척을 발주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하루 간격으로 이보다 훨씬 큰 8600TEU급 선박 6척을 주문했다. 한진해운의 기록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후 불과 1년여 만인 2006년 삼성중공업이 1만TEU급의 컨테이너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꿈의 ‘1만TEU’ 시대가 열렸다. 삼성중공업은 2007년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 개발했다.

컨테이너선 크기 경쟁은 아직까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은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생산에 들어갔다. 1만8000TEU급은 길이 400m, 폭 59m로 갑판 넓이만 축구장 4개 크기다. 선박 내부에 10층, 외부에 10층 높이로 컨테이너를 20층까지 쌓을 수 있다.

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생산됐을 당시인 2005년만 해도 더 이상 큰 선박은 무리라고 했지만 불과 7년만에 두 배 이상 크기의 선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에 질세라 국내 조선업체들은 2만2000TEU급도 개발하고 있다.

◇선박 커지자 엔진도 커져 = 전 세계 해운시장에서 40%의 선단을 차지하는 벌크 화물선은 상선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선박이다. 벌크선 역시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선박의 크기가 급격히 증가했다.

1990년 이전까지는 7만5000톤 이하의 파나막스급이 주종을 이뤘으나 1990년대 이후 10만톤급 이상의 대형선 건조가 급증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세계 최초로 초대형광탄운반선(VLOC) ‘발레 브라질’을 건조했다. ‘발레 브라질’은 에펠탑(324m)보다 긴 362m에 폭은 국제 축구 경기장에 버금가는 65m, 높이는 22층 건물에 해당하는 56m라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대형 트럭 1만1150대분에 해당하는 40만톤의 철광석을 싣고 15노트의 속도로 운항한다.

선박의 규모가 초대형화되면서 선박을 움직이는 엔진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 주력으로 건조하고 있는 8000~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유조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다른 선박과 달리 평균 25노트(시속 46km) 내외의 고속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강력한 힘의 엔진을 요구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박 엔진은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11만5000마력 엔진이다. 이는 11만5000마리의 말이 동시에 끄는 힘과 같다. 11만5000마력의 엔진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연료의 양은 35만4000리터다.

그렇다면 11만5000마력의 엔진으로 무장한 선박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금액은 얼마일까? 선박 연료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벙커C유의 가격은 7월 현재 톤당 600달러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11만5000마력 엔진을 가동하는 데 하루에 사용하는 연료비만 약 2억3000만원이 들어간다.

◇불황에는 큰 선박 불리 = 이처럼 초대형 선박들이 경쟁적으로 개발되는 이유는 한 번의 운항으로 다량의 물건을 실어 운송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컨테이너선은 무한대로 커질까? 업계에서는 1만5000TEU급 이상으로 컨테이너선박이 커지면 인프라 문제 때문에 오히려 운송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1만5000TEU급 이상으로는 수에즈 운하와 말라카 해협, 파나마 운하 등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항만시설도 따져봐야 한다. 선박이 대형화되면 선박이 길어지므로 배를 돌려세울 수 있게 만든 항만 선회장이 다른 선박에 비해 넓어야 한다. 또 21열 내지 22열(최대 25열)의 갑판에 있는 컨테이너를 싣고 내릴 수 있는 안벽크레인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유럽발 리스크로 인해 전 세계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무역량이 줄어들어 대형 컨테이너선박보다 중형 컨테이너선박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동량 축소로 빈자리가 많게 되더라도 운항을 해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비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선이 유류비 절감 등 ‘규모의 경제’ 효과는 있지만 워낙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불황시 리스크 관리가 어렵고 항로 재배치 등 선대운용 효율성도 떨어진다”며 “사실상 선복량을 늘리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선대운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따. 그는 “불황기에는 오히려 기존 VLCS급인 8000TEU급 선박이 유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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