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약 안전지대' 아니다]'더 세진 쾌락의 유혹' 신종 마약 활개친다

입력 2012-07-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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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솔트 등 신종마약 밀반입 급증…마약 사용 인구 30만~100만명 추정

‘마약은 시간 낭비다. 마약은 우리의 기억과 자존감, 그리고 자존감과 관련된 모든 것을 파괴한다’

- 커트 코베인(미국 얼터너티브 락 가수)

#얼마전 미국 마이애미의 한 고속도로에서 벌거벗은 한 사내가 노숙자에게 덤벼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노숙자의 입술, 귀 등 얼굴 피부의 80%를 뜯어 먹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내에게 그만둘 것을 경고했지만 ‘으르렁’거리며 경찰을 위협했다. 결국 경찰이 6발의 총을 쏘고 나서야 사내는 식인행위를 멈췄다. 그 자리에서 즉사한 사내는 루디 유진(31)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전 신종마약인 ‘배스 솔트(Bath salts)’를 다량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미국사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신종 마약의 위험을 경고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 주로 적발되는 마약류인 필로폰 압수량은 20㎏(2009년 기준)으로 일본(368㎏)과 중국(6.6t), 미국(7.7t) 등 주변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는 합성대마 등 신종마약의 적발동향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필로폰 등 전통적인 마약류 소비가 정부 단속으로 잠시 주춤한 반면, 일명 스파이스나 배스 솔트와 같은 신종마약 밀반입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엔 국내에서도 위 사례에서 등장한 배스 솔트가 관세청에 의해 첫 적발되기도 했다.

1999년 이후 우리나라 마약류 사범이 1만명을 넘어섰으며 인구 10만명당 마약 사범수를 나타내는 마약지수는 20에 달한다. 검찰청에서 발표하는 마약사범은 1만명 선이지만 실제 마약류 사용은 30만~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960년대 중반 ‘메사돈’ 파동 당시 마약 복용자는 농어촌과 산간벽지 등 저학력·서민들이 주를 이뤘다. 80년대 필로폰 밀매가 한창이었을 때는 연예계 종사자 등 일부 계층만 복용했으나 최근에는 회사원, 주부, 운전기사, 교수 등 고학력·화이트칼라 계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외국인 근로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재외동포의 귀국이 늘면서 클럽 등지에서 신종마약 사용도 증가하고 있다.

거래방법이 직접 거래에서 인터넷을 통해 매매로 확대되면서 미국, 유럽 등에서 유행하는 신종 마약의 밀반입 주기가 짧아졌다. 이와 함께 의료용 마약류가 ‘살 빼는 약’, ‘공부 잘 되는 약’ 등으로 둔갑되면서 오·남용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듯 마약에 대한 접근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마약 재범률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투약사범의 경우 지난 5년 평균 재범률은 60%에 달할 정도다. 즉, 마약을 복용한 사람 2명 중 한 명은 다시 마약을 찾고 있다는 셈이다.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 검·경이 강력하게 단속을 실시하고 있지만 마약제조·유통을 차단하는 공급억제 중심의 정책으로 마약사범 수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재범률이 높다는 점, 마약류 사범의 80%가 단순투약자라는 사실에 근거할 때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만 치료전문병원에 대한 지원 예산과 전문적인 프로그램은 미비한 상황이다. 마약복용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아니라 처벌 위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초범과 재범의 경우 무조건 치료를 강제화 하고 3범부터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 보호관찰관, 치료재활서비스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치료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 밀반입 단속은 관세청, 마약범죄 적발은 검·경, 마약류 지정은 식약청, 마약중독 예방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자 치료지원은 보건복지부 등으로 소관부처나 기관이 분산돼 있다. 이들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체계적인 마약사범 관리 및 치료재활 지원도 부실하다.

다인종·다문화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마약은 남의 얘기 또는 먼나라 문제일 수만은 없다. 마약중독자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우기에 앞서 이들이 재활을 통해 당당히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설수 있는 제도적 인프라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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