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 대구서 또 여고생 투신 ‘대책마련 시급’

입력 2012-05-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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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29일 밤 10시10분경 대구 달서구 이곡동 건물에서 고교 2학년 김 모(17)양이 투신해 숨졌다. 김양은 평소 다니던 독서실이 있는 상가 건물의 5층에서 15m 아래로 몸을 던졌다. 지난 해 12월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한 권 모(14)군을 시작으로 벌써 대구에서만 7명의 학생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4개월새 7명 자살=지난달 28일 새벽 1시쯤에도 대구 달성군 화원읍의 한 아파트에서 중학교 3학년 장 모(15)양이 아파트 15층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장양은 아파트 벽에 “미안하다”는 글귀를 써놨고, 투신하기 직전 친구에게 “죽는다”며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가정 불화를 비관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신변을 비관한 중·고교생들의 자살사태가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가 우려된다며 10대들의 자살을 막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한 권 모군(14) 이후 지금까지 대구에서만 9명의 학생이 자살을 시도했고 이들 중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구에서 자살한 청소년은 2009년 9명, 2010년과 지난해 각각 8명으로 매년 평균 8.9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4개월간 이미 7명의 청소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10대 청소년의 자살은 비단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10대 청소년의 사망 유형 중 1위는 자살로 나타났으며 최근 5년간 서울의 초중고교생 자살자는 101명에 달한다. 또 2010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청소년 중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은 37.4%에 달하며 자살생각률은 19.3%, 자살시도율은 5.0%에 이른다.

◇베르테르 효과 우려=청소년의 자살이 심각하게 인식되는 것은 그들이 또래의 자살을 보고 또다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대구 지역 중고교생들의 자살과 관련,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30 언론사 등에 ‘모방 자살, 신드롬처럼 일어나지 않게 도와 달라’는 내용의 긴급 호소문을 내고 “부모와 학교과 학생들을 안정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에서 자살 과정을 세부적으로 묘사해 이를 흉내낸 모방자살이 늘 것을 우려해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박종수 원장은 “청소년의 경우 감성이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 주변인의 자살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학교폭력뿐 아니라 다양한 심적 고통을 받게 되는데 자살 외에는 다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박 원장은 또 “외국의 경우 우울증 증상이 있을 때 심리상담을 통해 극복하지만 한국은 상담 자체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기 때문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살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을 빨리 발견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하는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중고교생들의 자살율이 높아지자 지난해 학생 자살예방 교육을 담당하기 위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올해 연말까지 대구지역 431개 학교 초ㆍ중ㆍ고교생 36만명을 상대로 정서행동발달선별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참교육부모회 대구지부 문혜성 상담실장은 “제도를 시행할 여건도, 인력도, 전문성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정책들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교육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시교육청의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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