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우리도 반바지 근무 어때요?"

입력 2011-08-0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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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자율복장 직장 늘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 8월이다. 7월 한 달간 폭우로 정신이 없었다면 이젠 더위를 걱정해야 할 때다.

특히 직장인들은 복장의 제한으로 인해 더위에 취약하다. 일부 기업에선 아직도 넥타이와 정장을 근무복장으로 고집한다. 이럴 경우 직장인들은 사무실 안팎에서 더위와 치열한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사무실 안의 에어컨도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으로 실내 온도를 섭씨 26도로 제한한 데다 전기료 인상도 부담이다. 또한 ‘녹색 성장’이 모든 기업의 모토가 되고 있는 판국에 에너지 절약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최근 직장인들의 여름철 복장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 점점 노(NO)타이 직장인 부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들도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 등을 위해 여름철 복장 자율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여름철 캐주얼 비즈니스 복장을 착용하는 ‘쿨비즈룩 캠페인’을 전개하는 기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폭염이 시작되는 8월, 직장인들의 여름철 근무 복장에 대한 생각과 기업들의 근무 복장 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직장인들 “복장이 무슨 상관?… 반바지 입고파”= 우리나라 남성 직장인 2명 중 1명은 여름철 근무 복장으로 반바지를 입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891명을 대상으로 ‘남성 직장인들이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48.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1.5%, ‘상관없다’는 의견은 20.1%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시원해서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62.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능률이 높아질 것 같다’는 이유는 37.1%로 2위를 차지했다.

여름철에도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근무를 한다는 직장인 손모(33)씨. 형식을 중요시하는 기업 문화 때문에 여름철에도 넥타이를 맬 수 밖에 없다. 점심시간 때도 손부채질을 해가며 점심을 먹을 정도다. 그에게 반바지 복장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손씨는 “반바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형식을 차리는 것도 좋지만 우선적으로 업무 능률을 높이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반바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자율적인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획일화된 복장 규제는 통일성과 깔끔함을 주지만 창의력을 요하는 요즘 시대에는 너무 뒤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요즘엔 대기업들서부터 복장 자율화가 확산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일부 중견기업들이 형식 만을 강조하며 복장 규제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너무 과한 복장은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잡코리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많은 직장인들이 미니스커트나 핫팬츠(39.8%), 민소매(18.8%) 등의 복장을 꼴불견이라고 지목했다.

모 완성차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5) 대리는 “최근 회사 내에서 짧은 미니스커트 등 여직원들의 노출 의상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며 “나 역시 회사 동료 입장에서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몰라 고생한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과한 것이 문제지 복장 자율화가 문제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회사 내 소통과 창의성 발산을 위해선 복장 자율화가 꼭 실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쌍방울트라이 직원들이 근무복장인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부터 자율복장제를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반바지 입는 기업도 등장?… ‘복장 자율화’ 확산= 직장인들의 복장 자율화는 대기업을 필두로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비즈니스 캐주얼로 사실상 복장 자율화를 실시했고, LG전자는 그보다 앞선 지난 2000년 기업 비전 ‘디지털 LG'을 선포하면서 직원들의 옷차림 변화를 꾀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오래 전부터 전 계열사들이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근무를 시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008년부터 여름철 3개월 동안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근무제를 시행해오고 있다.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과 업무 효율 증진이 목적이다. 케빈 승무원, 공항 서비스직원 등 고객 접점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제외한 국내외 전 임직원이 대상이다. 이는 경쟁사인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아주그룹은 그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자율 복장 근무제를 지난달부터 연중으로 확대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매주 금요일과 여름철에만 자율 복장이 가능했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격식을 없애 직원들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근무 복장부터 바꿔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반바지 복장까지 허용하는 기업도 나타났다. 복장 자율화 바람이 확산되곤 있지만 반바지 차림까지 허용하는 기업들은 아직 흔치 않다. 해당 기업은 바로 이너웨어 전문기업 쌍방울트라이다.

쌍방울트라이는 지난 6월20일부터 모든 임직원들에게 반팔 티셔츠를 지급하고, 개인 의사에 따라 자율적인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여름철 에너지 절약 차원의 목적 뿐만 아니라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일치단결하자는 취지에서다. 또한 열린 사고로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보자는 뜻도 포함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쌍방울트라이 측에 따르면 반바지 근무 시행 초기엔 직원들이 파격적인 정책에 대해 주저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위 임원들부터 솔선수범하며 티셔츠와 반바지를 착용하자 일반 직원들에게도 빠르게 확산됐다. 이제는 모든 직원들이 주저하지 않고 반바지에 샌들까지 착용해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쌍방울트라이 홍보마케팅팀 이용훈 대리는 “현재 대표이사는 물론 고위 임원들도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고 있다”며 “이 같은 근무 복장 자율화로 인해 앞으로 창의적이고 자유스러운 아이디어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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