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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 광고판 전락...승객안전은 뒷전

열차 출입문 4개에 스크린도어 비상문은 2개...비상시 신속 대피 어려워

서울지하철 1~8호선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 PSD) 비상문이 열차 한 량당 단 2개만 설치돼 있어 비상 탈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하철은 열차 한 량에 출입문이 4개. 따라서 스크린도어도 열차 한 량에 출입문 4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열차가 승강장 스크린도어 앞에 정확히 정차하지 못했을 경우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스크린도어 비상문은 2개에 불과하다.

▲스크린도어 비상문. 비상레버에 '비상문'이라는 글씨와 함께, '비상시 밀고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열차가 스크린도어 앞에 정확히 정차하지 못했을 경우 승객들은 열차 출입문을 수동 개방하고, 스크린도어 비상레버를 밀고 비상탈출 할수 있다.
스크린도어 비상문은 도어 바로 옆 유리벽으로 도어 좌·우측에 각각 2개로 구성돼 비상시 열차안에서 스크린도어 비상문 레버를 밀면 열리게 돼 있다.

승강장에서 열차가 정차된 비상 상황시 승객들이 열차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경우는 두가지다. 우선 열차가 스크린도어 앞에 정확히 정차했을 경우, 승객들은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출입문을 차례로 수동 개방해 탈출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열차가 승강장 스크린도어와 정확히 일치하지 못했을 경우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옆 비상문을 차례로 수동 개방해 탈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스크린도어 비상문이 출입문 1개당 하나씩 확보되지 않은 점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의 경우 도어의 한쪽은 비상문, 한쪽은 고정된 유리벽이 설치돼 있는 실정이며, 현재 많은 역에서 한쪽 고정된 유리벽 두짝을 하나의 큰 광고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는 9호선 개화역을 제외하고 292개 역에 설치 완료됐다. 가장 최근 개통한 9호선만 스크린도어 양 옆 모두 비상문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은 앞서 설명한대로 한쪽만 비상문이 설치돼 있고, 한쪽은 고정된 유리벽이다.

박외철 부경대학교 안전공학부 교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며 “열차 출입문이 4개면 당연히 스크린도어 비상문도 4개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 당황한 승객들을 생각한다면 매우 위험하다”며 “4개 다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열차 내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열차 내부 시설물은 불연재라 크게 상관없지만 승객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특히 승객들이 많을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화재 등 위급상황엔 일분일초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남규 교통안전공단 철도안전처장은 “비상시를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 및 장치는 현재 사고 유무와 관계없이 만약을 위한 안전장치여야 한다”면서 “열차 출입문이 4개라면 스크린도어 비상문도 4개 다 열려야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허 처장은 “지하철 안전진단은 각 운영기관이 공인된 기관에 항목별로 의뢰해 받고 있으며 교통안전공단에서는 2년마다 종합안전심사를 수행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5~6월쯤 심사를 실시했으나 그때는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종합안전심사를 통해 문제가 들어날 경우 비상시에 대비에 소홀한 부분을 지적하고 시정요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4호선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모든 비상문이 열리는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재원 문제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스크린도어 광고가 운임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역당 10억원이상 들어가는 스크린도어 설치에 광고 없이 운영하기 힘들다”며 “열차 내 화재 위험은 거의 없고, 모든 시설물은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8호선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 역시 “2006년 4월 외부전문가의 기술규격 검토 및 확정된 결과에 의거 제작 설치된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스크린도어에 광고판이 설치된 모습. 도어 오른쪽으로 빨간색 비상레버가 달려 있는 비상문이 보인다. 왼쪽으로는 비상문이 아닌 고정 유리벽이며 유리벽 두짝을 하나의 큰 광고판이 가리고 있다.
하지만 외부전문가의 기술 규격 검토 결과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기엔 스크린도어 비상문 개방 여부가 비상시 시민의 안전문제와 직결돼 있는 것이어서 해명이 부족하다. 또한 지하철 운영 재원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기엔 스크린도어 비상문이 모두 설치된 9호선의 사례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서울9호선운영(주) 관계자는 “9호선의 경우 스크린도어 양쪽 모두 비상문이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9호선의 광고는 일괄입찰 방식으로 동아일보와 계약이 체결돼 있다”며 “고정적으로 일정한 수입이 있어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일부 9호선 역사에서 스크린도어 광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비상문 개방 여부와는 상관없다”면서 “스크린도어 한쪽이 고정된 유리벽이거나 광고판이 막고 있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도시철도팀 관계자는 “비상문 개방에 방해가 되는 광고판이 있는지 점검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광고판은 모두 비상문이 아닌 고정된 유리벽에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비상문 부족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제기하며 설계지침에 관해 문의하자 “서울시 차원의 별도의 설계지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계 및 관리에 관한 모든 부분은 운영사가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스크린도어는 설치 초기부터 자동문 고장, 역사 인력 감축으로 인한 관리 문제 등 안전에 관한 사항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스크린도어 설치시부터 광고와 결합돼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다 보니 ‘안전’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만약 스크린도어 비상문과 관련해 비상탈출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질 경우 운영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책임은 물론이고, 도시철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서울시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기회에 스크린도어 비상탈출 뿐 아니라 운영과 관리 전반에 걸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스크린도어(platform screen door, PSD)는 지하철도나 경전철 승강장 위에 고정벽과 가동문을 설치해 차량의 출입문과 연동하여 개폐될 수 있도록 만든 안전장치다. 열차 화재시 방연(防煙) 효과 및 시민의 안전사고 방지와 역사의 소음, 먼지를 감소시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초기 많은 설치비용과 열차가 정위치를 초과해 정차하는 경우 승하차 속도 지연 등 단점도 있으며 역무원 인력 절감 등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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