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찢어놓은 농민가슴..그리고 대한민국

입력 2010-12-27 14:49 수정 2010-12-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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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만에 44만3442마리 도살처분..안동 첫 의심신고 부실 검사가 ‘화’키워

“정부의 방역조치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내 새끼 같은 소·돼지 수십·수백 마리가 매일 살처분 되는 걸 보니 가슴이 아파 살 수가 없어요.”

사상 최악·최대 규모의 구제역이 축산 농민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 방역당국은 살처분·매몰 방법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최후의 수단인 예방백신 접종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초기 대응 부실로 이미 4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도살됐다. 농민들을 또 한번 죽인 때 늦은 대처였다.

◇확산일로 구제역..사상최악 = 27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은 경기 남부와 강원 북부 최전방인 철원까지 확산됐다. 방역 당국은 백신접종이 시작된 경북 안동 등 5개 지역 외에도 경기 여주·이천·양평군 등 3개 지역에도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특히 경기도는 젖소 17만6099마리, 돼지 215만5384마리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젖서와 돼지를 키우고 있다. 젖소의 경우 전국의 40%가 몰려 있다.

강원 철원에서도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했지만 강원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본 후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첫 구제역 발생 후 영천에서만 4만여 마리에 이르는 돼지가 도살처분되는 등 지금까지 사상최대 규모인 44만3442마리가 도살처분됐다.

◇최초 의심신고 안일한 검사가 화 키워 = 사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확산은 경북 안동 첫 의심신고에서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달 23일 안동 지역 가축위생시험소에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간이 검사만 실시하고 음성으로 판정해 초기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긴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간도 전국 환산에 한 몫 했다. 구제역 바이러스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2주 정도지만 기온이 내려갈 경우 3주까지도 잠복이 가능해 방역당국에서는 3주 전까지 발생 농장과 접촉한 사람·차량 등을 역추적해야 한다.

접촉 대상을 찾더라도 2차, 3차 접촉에 따른 전염 가능성이 있어 이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방가축방역기관들은 구제역의 직접 원인인 항원 검사 능력이 없어 질병 발생 후 항체 검사에만 그치고 있다.

가축방역기관의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공무원에만 의존하는 방역인력 부족도 구제역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최후의 수단 백신접종 효과는 = 정부는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도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예방백신 접종을 선택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이 경기남부에 까지 퍼지자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여주군 가남면과 북내면, 이천시 대월면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경기 양평 일부 포함) 1660여 농가의 소 5만6000여마리에게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키로 했다.

당초에는 구제역이 많이 발생했던 경북과 경기의 5개 시·군의 소 11만5025마리에만 백신 접종을 할 계획이었지만 구제역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백신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소는 항원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생겨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감염되지 않으며, 이미 바이라스가 잠복해 있는 소는 백신을 맞으면 바로 증상이 드러나 즉시 도살처분이 가능하다.

때문에 백신을 맞으면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주변 지역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도 확산 방지 최선..방역 안간힘 = 예방백신 접종에 힘입어 방역당국도 최선을 다해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 1237개 통제 초소가 설치돼 통행 차량을 대상으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소독작업 현장에서는 연일 이어진 한파로 소독약을 뿌리자 마자 차량 유리창에서 얼어버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추위에 강해 영하 30도에서도 생존해 공기 중에서 일주일 이상 전염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구제역 확산 방지의 걸림돌이다.

한편 예방백신은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4인1조 200개 팀이 연내에 접종 완료를 계획으로 작업 중이지만, 강추위 등으로 인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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