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유출 차단 나섰다…차이나머니, 글로벌 M&A 제동

입력 2016-11-30 08:32 수정 2016-11-30 10:08

내년 9월까지 100억 달러 이상 해외투자 금지 등 새 규제 마련

중국이 최근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외환보유고 축소 등으로 자본유출 불안이 커지자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한 고삐를 죄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M&A 승인 심사를 엄격히 하고 외환과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등 해외투자와 관련한 새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SCMP가 입수한 중국 인민은행의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9월까지 100억 달러(약 11조7350억 원) 이상의 해외투자 및 핵심 사업과 무관한 10억 달러 이상의 해외 M&A를 금지할 계획이다. 국영기업은 해외 부동산 거래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무원이 1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해외 M&A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상하이시 외환당국은 최근 산하 은행 지점장들에게 500만 달러 이상의 해외 결제 시 당국의 특별 승인을 거치도록 지시했다. 관계자들은 모든 결제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이 더욱 철저하게 심사해 승인과정이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FT도 중국 외환당국의 해외 자금 결제 시 심사 기준이 종전 50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강화됐다고 전했다.

인민은행 산하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이날 “합법적이고 규정을 준수하는 해외 직접투자는 지원할 것이나 관련 부처가 투자 신뢰성을 면밀히 조사해 잘못된 투자행위는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경기가 둔화하자 새 성장동력을 찾고자 해외에서 적극적인 M&A를 펼쳤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비금융 부문 해외투자는 1460억 달러로, 이미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전체 1210억 달러 기록을 웃돌았다. 리서치업체 로디엄그룹은 올해 3분기까지 중국의 유럽 투자가 유럽의 중국 투자보다 약 세 배 많았다고 추산했다.

이에 자본유출 불안이 더욱 고조되면서 당국이 마침내 M&A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5.8% 하락해 연간 기준 사상 최대폭 하락을 향하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 당국이 달러화를 매도하고 위안화를 사들이면서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0월 말 3조1200억 달러로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왕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은 커다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위안화의 추가 하락을 막고자 자본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와 위안화 약세 추세는 분명하다. 정부는 자본유출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종종 비공식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거나 푸는 방법을 펼쳐 시장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이런 접근법은 금융시장 자유화라는 개혁 목표와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이런 규제강화는 개혁에 대한 중국의 지그재그식 접근 방법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경제 자유화와 그에 따른 변동성보다 안정적이고 통제적인 수단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