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건설 ‘빅3’] 부영, '주택임대 신화' 이뤘지만…'부실시공 대명사' 오점도

입력 2019-08-21 06:20 수정 2019-08-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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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8-20 18: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재계 16위에도 이중근 회장 '황제경영'…후계구도 '오리무중'

자산 총액 22조8480억 원. CJ와 두산에 이어 재계 서열 16위. 임대주택 사업을 통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부영그룹의 현주소다. 건설업계에서는 ‘임대주택’하면 부영을 떠올린다. 그만큼 임대주택 시장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온 것이다.

1983년 설립된 부영은 30여 년간 주택임대 사업에 주력하면서 사업지 기준 총 252곳에서 20만8500여채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서민의 보금자리인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했다는 측면에서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잦은 부실 시공과 정부의 과도한 특혜, 오너인 이중근(78) 회장의 비리 혐의 등으로 눈총을 받고 있기도 하다.

◇뗄 수 없는 ‘부실시공’ 꼬리표…정부가 업어 키운 부영?

부영은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 등 해외시장에 주력할 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임대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수익성이 낮고 민원은 잦다는 판단에서 건설사들이 진출하기 꺼리던 분야가 임대주택사업이었다. 하지만 임대주택을 지으면 공공기금인 주택도시기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고, 매달 들어오는 임대료는 이자를 충당하고도 남았다. 여기에 세입자가 내는 임대보증금은 사실상 ‘무이자 대출’로 부영의 풍부한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됐다.

부영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임대주택을 꾸준히 늘려나갔고 재계에서 손꼽히는 ‘현금부자’가 됐다. 부영은 튼튼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16년 서울 부영태평빌딩, 부영을지빌딩, 인천 송도 부영빌딩과 2017년 서울 하나은행 을지로 사옥 등 수천억 원 빌딩들을 사들이며 사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이었기에 ‘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것일까. 부영은 임대주택 건설 명성만큼이나 부실 시공의 대명사가 됐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7월 말까지 부영주택은 12건의 부실 시공 사례가 드러나 전체 적발 건설사(총 37건) 중 최다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성남 위례와 화성 동탄2 등 경기도 4개 사업장을 비롯해 전국 12개 사업장에서 부실 시공이 적발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2월 부영주택에 벌점 30점을 부과하고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하기로 서울시에 통보했지만 시는 그해 말 1개월 감경 결정 내렸다. 이후 부영은 법원에 영업정지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수년간 신규 수주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부영은 공공임대주택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사실상 독식해 과도한 특혜 시비에도 연루됐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부영은 공공임대주택 관련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2012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3조4538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같은 기간 총 지원 실적(6조4383억 원)의 54%에 해당하는 규모다. 과거에도 부영은 1999년 국민주택기금(현재 주택도시기금) 5033억 원을 지원받아 2위인 리젠시빌건설(464억 원)의 열 배 넘는 수혜를 입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금의 막대한 지원이 없었다면 부영은 지금 위치에 오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부실 시공이나 임대료 및 분양 전환가 과다 책정 등으로 큰 지탄을 받는 것도 사실상 정부가 업어 키운 회사이다 보다 괘씸함이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근 회장의 1인 그룹 지배…후계구도 '불확실'

부영은 이중근 회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그룹이다. 재계 서열 16위의 거대 그룹인데도 상장한 계열사가 한곳도 없이 오로지 이 회장 1인이 지배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주들의 견제가 없던 탓일까. 이 회장은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여러 차례 서기도 했다.

지난해 2월 검찰은 이 회장이 임대주택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4300억 원 상당의 횡령·배임을 저질렀다고 재판에 넘겼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회장의 항소심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여든을 앞둔 나이에 옥고를 치르는 수모는 면했지만 ‘황제 보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4년에도 이 회장은 협력업체와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 등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 270억 원을 조성한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이후 1·2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고, 이후 2008년 6월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두 달도 안 지나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로 이 회장을 사면했다.

이 회장에게 남은 한 가지 과제가 있다면 후계 구도를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부영그룹의 규모와 이 회장의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후계자가 필요해 보이지만 아직까지 지분 승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성훈씨는 부영주택 부사장, 차남 이성욱씨는 부영 전무로 재직하고 있다. 삼남 이성한씨는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영화감독이다. 이성훈 부사장만이 이중근 회장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후계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실질적 지주사인 부영의 보유 지분은 1.64%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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