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따라잡기] 그 땐 왜 몰랐을까…‘인싸템’ 등극한 빌려 입는 교복

입력 2019-07-19 16:13 수정 2019-07-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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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던 ‘달의요정 세일러문’
정의로운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 달라던 ‘천사소녀 네티’.

어린 내 눈에 비친 이들의 학교생활은 그야말로 ‘핑크빛’이었다. 그 핑크빛의 팔할은 바로 세라복(교복). 앙증맞은 리본에 주름이 접힌 치마, 빳빳한 깃…. 내가 가진 어떤 옷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선망 그 자체였다.

교복을 입는 나이가 되었을 때 내 맘 가득 꿈꾸던 그 교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듣도 보도 못한 남색, 풀색, 회색들만 넘쳐났고, 어디서 나온 색 조합인지 모를 체크무늬의 치마만 내 손에 들려있을 뿐.

별로 좋지 않은 기억으로 비켜냈던 교복을 다시 마주한 곳은 지인의 결혼식장이었다. 교사인 지인의 제자들이 교복을 입고 축가를 불렀다. 학창시절을 떠올릴 비슷한 모양과 색의 교복. 그런데 그들의 그 교복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잔뜩 멋을 낸 하객들의 그 어떤 정장보다도.

그땐 왜 몰랐을까. 충분히 그 옷 자체로, 아니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예쁜 시절이었는데.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그 ‘예쁜 시절’을 되돌려줄 교복이 대한민국 핫플레이스 곳곳을 휘젓고 있다. 한층 더 세련되고 앙증맞은 색과 모양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교복을 입고 번화가를 다니며 다양한 일상을 맘껏 보낸다는 건, 실제 그 교복을 입었던 10대 때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교복을 입고 번화가를 다니는 시간보다 학교와 학원, 독서실을 오가는 시간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학생 신분으로 마땅히 즐길만한 장소도, 돈도 없었다.

그런데 그 충분한 여유와 되새길 추억이 있는 지금의 나에게 찾아온 교복이 어찌 반갑지 않으랴.

“10대 땐 해보지 못했으니까….” 그 시절의 아쉬움과 현재의 즐거움을 동시에 마주할 교복 대여업체 ‘이화교복’을 직접 찾았다.

잠실역 부근에 있는 ‘이화교복’으로 향하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가는 길 중간중간 등장하는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인간 내비게이션이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화교복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여러 말들을 기자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등 정말 글로벌한 언어를 쓰는 외국인들이 대거 나갈 준비를 마치고 카운터에 서 있었기 때문.

이들을 헤치고 들어선 ‘이화교복’은 핑크와 보라의 조합이었다. 그야말로 어린 시절 꿈꿨던 ‘핑크빛’ 생활이 핑크로 재현되는 걸까. 종업원은 어색한 한국어로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총 두 벌 피팅이 가능하며, 그중 하나를 선택해 결제하면 된다. 교복과 어울리는 액세서리와 가방 등은 비용이 추가로 든다. 1일 종일권은 2만 원, 1박 2일은 2만5000원, 2박 3일은 3만 원이다. 후에 보증금 5000원(현금)과 신분증을 맡겨야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실제 학창시절의 기억에서는 절대 만나볼 수 없는 색과 길이의 교복이 의상실에 가득했다. 빨강, 노랑, 핑크 등의 원색부터 톤 다운된 예쁜 체크교복에 눈이 절로 돌아갔다. 열린 마음의 후배 기자는 옷을 고르는데 주저함이 없었지만, 기자는 쉽게 손을 뻗지 못했다.

이런 짧은 교복이 어디 있느냐며 툴툴대는 기자에게 후배 기자는 “여기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 “예전 교복을 입으려면 여길 왜 오나”, “렌즈빨(?)을 잘 받을 만한 색은 그 색이 아니다”는 뼈 때리는 충고를 옆에서 연신 쏘아댔다.

겨우 고른 교복을 기성복 치수와 맞게 탈의실에 가져왔지만, 입을 수 없었다. “이 치수가 맞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작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나가 한두 치수 위의 교복을 들고 다시 탈의실 줄에 섰다.

두 번째 고른 교복은 혹시 몰라 치수 별로 두 개씩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일상에서도 볼 수 없고, 다시는 입지 못할 핑크 세일러 교복으로 어렵게 선택(강요당)한 뒤, ‘이화교복’ 내 포토존 탐방에 나섰다.

Mnet ‘아이돌 학교’의 세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교실은 이곳의 인기 포토존. 지금 입은 교복만은 아이돌이다! 당차고도 용감한 생각을 애써 되새기며 뻔뻔한 포즈를 취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예상대로 20대 여성들과 커플들이 많았다. 커플들은 10대 때 해보지 못한 연인과의 데이트 혹은 현재의 애인과 10대 때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밖으로 나가기 부끄럽지 않냐’는 물음에는 “지금 롯데월드에 가면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더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롯데월드 해시태그에는 ‘교복데이트’ 사진이 즐비하다. 교복 대여 전문점이 잠실역 주변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월드에 ‘교복러’들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는 ‘교복 할인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서다. 롯데월드는 시즌에 맞춰 교복을 입고 롯데월드 방문 시 종합이용권을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현재 교복을 입는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교복을 빌려 입은 성인들에게도 호응이 좋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렇게 커플들과 얘기하는 중간중간에도 외국인들의 입장은 계속됐다. 이들이 교복대여점을 찾는 이유는 TV 속 한국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다.

‘왜 내 맘을 흔드는 건데’라고 따지던 ‘상남자’ 방탄소년단도 Mnet ‘프로듀스 101’의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도 모두 교복 차림.

선망하는 K-팝 아이돌 가수들의 한국식 교복을 입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제대로 저격한 셈. 이른 오후 방문한 시간에 있던 30여 명의 방문객 중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였다.


머릿속에 그려왔던 판타지가 학창시절을 훌쩍 지난 오늘 실현됐다.
비록 세일러문과 네티는 아닐지라도…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그 시절. 떠올려지는 그리움.
그 모든 것의 아쉬움이 ‘새로운 일탈’로 바뀌는 치트키.
“교복을 빌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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