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의 경제] '레고덕후' 김영주 씨 "수백만 원 지출은 기본…'덕후=집돌이' 아니에요"

[덕후의 경제]는 세상에 존재하는 건강한 덕후들을 통해 해당 산업을 조망하는 코너입니다. 덕질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더불어 ‘덕후’의 삶도 전하겠습니다. 주위에 소개하고 싶은 덕후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레고덕후' 김영주 씨가 9일 이투데이를 만났다. 그의 집 곳곳에는 레고의 흔적이 가득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레고덕후' 김영주 씨가 9일 이투데이를 만났다. 그의 집 곳곳에는 레고의 흔적이 가득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조립식 블록 장난감인 '레고(Lego)'는 사실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시작했다. 조립하기 쉬운 것은 물론, 다양한 부품을 이용해 새로운 모양을 만들며 남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고에 빠져든 어른들도 많다. 열성적으로 레고를 좋아하는 ‘레고덕후’들도 탄생했다. 이들은 ‘키덜트(Kid Adult)’ 산업을 이끄는 첨병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영주(29) 씨도 그중 한 명이다. 미국 뉴욕에 놀러 간 친구가 레고를 선물해준 것을 계기로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지금은 '열성' 레고덕후가 됐다. 레고를 메인 콘텐츠로 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할 만큼 열정이 가득하다. 지금은 개점휴업 중이지만, 조만간 레고 조립 방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로 유튜브를 재개할 생각이다.

그는 현재 약 120종의 레고를 보유하고 있다. 취미 생활과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앞으로도 레고를 계속 수집할 예정이다. 4년 전부터 매년 열리는 '레고 행사'에도 활발히 참석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에번저스' 시리즈 레고를 전시해놓았다. 그 무섭던 타노스도 귀여워 보인다. (홍인석 기자 mystic@)
▲최근 개봉한 영화 '에번저스' 시리즈 레고를 전시해놓았다. 그 무섭던 타노스도 귀여워 보인다. (홍인석 기자 mystic@)

김 씨는 레고를 사는 것을 옷에 빗댔다. 그는 “어릴 땐 싼 옷을 여러 개 사다가 나이가 들면 고급 브랜드의 옷을 하나 사서 오래 입지 않느냐”라면서 “레고도 처음에는 작은 것을 여러 개 샀는데 지금은 크고 비싼 레고 위주로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브릭동네' 회원들이 행사장에 모여 전시된 레고를 구경하고 있다. 행사장 입장에만 3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씨 제공)
▲'브릭동네' 회원들이 행사장에 모여 전시된 레고를 구경하고 있다. 행사장 입장에만 3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씨 제공)

‘레고덕후’들의 구매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기꺼이 수 백만 원을 지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레고덕후들이 모이는 포털 카페 '브릭동네'의 회원 수는 약 2만8000명. 숫자로만 보면 많다고 볼 수 없지만, 이들 중에는 ‘열성’ 레고덕후들이 많다. 브릭동네는 매년 2~3회 정도 행사를 개최하는데 1000명은 가뿐히 모인다고 한다.

행사는 레고 본사 지하 1층 또는 큰 식당을 빌려 회원들의 레고를 전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레고덕후들은 자신이 보유하지 않거나, 희귀한 레고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김 씨는 “4년 전에는 200~30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00명이 넘게 오고, 입장에만 3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많이 온다고.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식당, 박물관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많이 진행된다고 했다.

▲김영주 씨가 조립한 레고 세계. 불빛이 들어오는 모델도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김영주 씨가 조립한 레고 세계. 불빛이 들어오는 모델도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이때 중고거래도 함께 이뤄진다.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레고나 희소성이 높은 것은 수 백만 원에도 거래된다. 최근 행사에서는 한 회원은 여러 종류의 레고를 거래하면서 380만 원을 썼다고 했다. 200만 원을 쓰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스타워즈처럼 마니아층이 많은 영화의 레고 가격은 200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김 씨는 “행사에 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직업이 좋다”라고 전했다. 변호사나 의사처럼 전문직도 있고, 개인 사업자들도 많다는 것. 경제력이 뒷받침되다 보니 열성적으로 레고를 사고팔며, 즐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비싸다는 레고는 50만~70만 원 수준이고 중고로 구매하더라도 40만 원을 호가한다.

▲김 씨는 레고를 마을처럼 만들어 방 한편에 전시해 놓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김 씨는 레고를 마을처럼 만들어 방 한편에 전시해 놓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구매력을 갖춘 레고덕후들이 세계 곳곳에 있는 덕에 레고 매출도 올라갔다. 레고는 성인의 눈높이에 맞게 난도 높은 상품을 출시하면서 이야기도 덧칠했다. 어벤져스, 스타워즈, 해리포터 캐릭터를 레고에 입혔다. ‘레고 무비’도 만들었다. 2014년 당시 미국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레고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영화도 흥행한 결과 그 해에만 약 1조3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레고덕후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과정에서의 즐거움’ 때문이다. 소비의 즐거움은 물론 레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창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것. 피규어와 달리 단계별로 만들어지는 걸 볼 수 있고, 다 완성한 뒤에도 이를 분해해 재조립할 수 있다는 것도 레고가 주는 즐거움이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레고다. 김 씨는 수납장에 조립한 레고를 올려놓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레고다. 김 씨는 수납장에 조립한 레고를 올려놓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김 씨는 “서로 다른 레고를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 수도 있다”라면서 “해리포터나 에번져스 시리즈처럼 각각 이야기를 엮어 ‘나만의 동화’를 쓸 수 있다는 것도 레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레고로 나만의 세상을 창조해보고 싶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렇게 한 방을 가득 채워 미래에 태어날 아이의 놀이방으로 쓸 계획이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반응도 괜찮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레고를 조립한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는데 이제는 ‘귀여운 취미’로 인정받는다고. 김 씨는 “일부는 허세를 부린다거나 사치스럽게 생각하지만, 부모님이나 친구들은 건전하고 안정적인 취미 생활로 바라봐준다”라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레고. 관제탑 위에 아이언맨이 뛰어가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영화 '어벤져스' 레고. 관제탑 위에 아이언맨이 뛰어가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이어 “사람들이 장난감을 좋아한다고 하면 소심할 것 같다고 하는데 실제 나를 만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라며 “‘덕후=집돌이’라는 편견도 더는 통하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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