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한 실험실] 음주측정 ◯◯하면 안 걸린다던데….

▲이번 실험의 주제는 음주운전 알콜 측정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이번 실험의 주제는 음주운전 알콜 측정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더더더더...”

이달 25일부터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이 시작된다. 시의성에 발맞춰 혈중알콜농도 측정에 관한 기사를 준비해봤다.
왜 꼭 술먹다 보면 이런 경우들 있지 않던가. “한 잔 정도는 안 걸려~” 라던지…. 이미 스타트를 끊은 상태(?)에서 위기상황이 닥쳤을때 “◯◯를 하면 안 걸린다던데!! 얼른 해봐!!”라던지….

▲ALCOSCAN AL7000. 술을 한 잔도 안 먹은 사람이 불면 이렇듯 0이 나온다. 이 측정기의 단위는 1/1000을 의미하는 퍼밀(‰)이라 나온 값에 소수점 한 자리를 더 내려서 계산해야 우리가 사용하는 혈중알콜농도의 단위인 퍼센트(%)가 된다. (김정웅 기자 cogito@)
▲ALCOSCAN AL7000. 술을 한 잔도 안 먹은 사람이 불면 이렇듯 0이 나온다. 이 측정기의 단위는 1/1000을 의미하는 퍼밀(‰)이라 나온 값에 소수점 한 자리를 더 내려서 계산해야 우리가 사용하는 혈중알콜농도의 단위인 퍼센트(%)가 된다. (김정웅 기자 cogito@)

측정에 사용된 장비는 ALCOSCAN AL7000이라는 제품이다. 사용해 본 결과 술을 안 먹었을 땐 0.000%가 나오고, 술을 먹으면 수치가 쭉 올라갔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0.000%까지 다시 내려오는 정직한 장비다.

대단한 정밀성까지는 기대할 수 없어도 행동에 따른 변화 양상을 추적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경찰이 외치는 ‘더더더더’ 대신 길게 이어지는 ‘삐-’ 알림음이 언제까지 불어야 하는지 안내하기 때문에 제대로 분 게 맞는지 아리송해 할 일도 없다.

▲사실 일반적인 소주 한 잔보다 많은 분량이다. 컵도 조금 크기도 했고, 저렇게 꽉 채워 먹는 경우는 드물지 않던가. (김정웅 기자 cogito@)
▲사실 일반적인 소주 한 잔보다 많은 분량이다. 컵도 조금 크기도 했고, 저렇게 꽉 채워 먹는 경우는 드물지 않던가. (김정웅 기자 cogito@)

실험에 쓰인 술은 ‘처음처럼’. 소주 반 병에 해당하는 세 잔 정도 가량, 정확히는 1잔에 60㎖씩 180ml를 마셨다. 안주에는 ‘프링글스 치즈맛’이 쓰였다. 정말 지극히 정밀한 실험을 위해서는 소주만 마시고 실험해야겠지만…. 일단, 회식자리 같은데서 아무 안주도 없이 깡소주만 들이키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글을 작성하는 기자도 살긴 살아야겠기에 어쩔 수 없이 프링글스 한 통을 샀다.

사실 이렇게만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긴 했다.

혈중알콜농도를 낮춘다는 속설이 있는 행동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주 엄정한 후보군 선정 과정을 거쳐 △심호흡 △껌 △사탕 △가글로 정해졌다. 엄정한 선정 과정은 뭐냐고? 사실 그냥 선배들한테 물어봤다. (근데 물어보나마나, 어차피 아이디어란게 다 거기서 거기였긴 했다)

아니, 생각해보니 선배들이 이런걸 어떻게 알지? 으이구… 했네 했어…. 아니 심증에 기반한 유죄추정은 하지 않기로 하겠다. 실험 결과나 하나씩 살펴보자.

◇Case1. 심호흡

일단 가장 기본적인 크~게 심호흡하기. ㅋㅋㅋㅋㅋㅋ. 심호흡이랰ㅋㅋㅋㅋㅋ. 이걸로 알콜 측정이 떨어질거라고 믿는다는 게 생각만 해도 웃기다. 일단 소주 3잔을 마시고 약 30분 경과 후, 기자의 혈중알콜농도는 0.041%로 측정됐다. 심호흡을 크게 대여섯번 했다. 후~~~~하~ 후~~~~~하~.

▲기자는 세 잔 정도 먹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0.04%대의 혈중알콜농도가 측정됐다. 심호흡을 두세번 크게 하고 나서 측정해도 변화는 없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기자는 세 잔 정도 먹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0.04%대의 혈중알콜농도가 측정됐다. 심호흡을 두세번 크게 하고 나서 측정해도 변화는 없었다. (김정웅 기자 cogito@)

심호흡 직후 3회를 측정해봤더니 0.038%, 0.043%, 0.046%라는 3번의 결과가 나왔다. 다소 들쭉날쭉한 측정값이지만, 오차범위 이내라고 볼 수 있으며 셋 다 여전히 면허정지 수준이다. 효과가 없는 것이다. ...심호흡ㅋㅋㅋ. 다시 생각해도 웃기다. 누가 이런 조악한 생각을 했지?

◇Case2. 껌

껌은 역시 자일리톨이다. 롯데제과를 먹여 살린다는 바로 그 상품… 이기도 한데. 자일리톨 껌은 껌의 대명사격이기도 하고, 상쾌한 느낌의 껌이 음주 측정기에 반응하기 좋을 듯 해 여러모로 좋은 실험 대상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실험은 ‘그냥’ 해보는 것이었다. 기자는 뭘 씹거나 입을 헹군다고 해서 ‘혈중’ 알콜 농도가 떨어질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근데 지금 실험은 그게 포인트가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실험의 결과값은 기자의 혈중 알콜농도가 아니라 측정기에 수치가 몇이 뜨느냐라는 사실이었다.

▲껌을 씹으니 최대 0.089%의 혈중알콜농도가 측정됐다. 오히려 수치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껌을 씹으니 최대 0.089%의 혈중알콜농도가 측정됐다. 오히려 수치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껌을 씹은 채로 불었더니 0.089%가 나온다. 흔히 ‘제2윤창호법’이라고 부르는 강화된 음주단속 기준에 따르면 0.080%를 넘을 시 면허 취소다.

껌을 씹다가 뱉은 직후 몇 번 더 해 봤는데 0.076%, 0.061% 등 확실히 껌을 씹지 않았을 때 마다 월등히 높은 수치가 나온다. 껌을 뱉고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재면 다시 0.044~0.047%이라는 원래 기자가 취한 만큼의 수치가 나왔으니 껌 때문에 수치가 올라간 게 틀림없다.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Case3. 사탕

사탕은 박하사탕을 골랐다. 자일리톨과 동일한 이유로, 음식점 등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사탕이기도 하거니와 상쾌함이라는 요소 역시 중요하게 생각해 박하사탕을 선정했다.

▲사탕을 먹고 측정할땐 최대 0.082%까지 측정됐다. 역시 안 먹느니만 못 하게 수치가 올라갔다.(김정웅 기자 cogito@)
▲사탕을 먹고 측정할땐 최대 0.082%까지 측정됐다. 역시 안 먹느니만 못 하게 수치가 올라갔다.(김정웅 기자 cogito@)

사탕을 먹기 직전 측정값은 0.044%였다. 사탕을 입에 물고 불었더니 0.068%, 뱉고 불었더니 0.059%가 나왔다. 한 번 더 해봤는데, 사탕을 물고 불 때 0.055%, 뱉고 불 때 0.082%의 측정치가 나왔다. 사탕을 뱉은 이후 조금 시간이 지나자 측정치는 여전한 0.036~0.044% 수준으로 내려왔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사탕을 먹은 탓에 알콜 측정치가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Case4. 가글

가글의 결과가 가장 충격적이니 기대하셔도 좋다. 가글은 ‘리스테린 쿨민트’맛으로 골랐다. 선정 이유는 위 실험의 자일리톨, 박하사탕과 동일하게 ‘저명성’과 ‘상쾌함’이 기준이었다.

가글은 입에 물고 불수가 없다. 이유는 모두 아시리라 믿는다. 그래서 입을 헹구고 뱉자마자 측정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불며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응? 0.4????(김정웅 기자 cogito@)
▲응? 0.4????(김정웅 기자 cogito@)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0.278%! 다시 말하지만 면허 취소 기준은 0.08%고 강화되기 전의 기준도 0.1%였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한 번 더 가글을 한 후 측정했다. 결과는 0.4%!

인간의 몸은 혈중 알콜농도가 약 0.14~0.15%가 넘으면 흔히 말하는 만취 상태가 돼 신체 조절능력을 상실해 버리고 0.3~0.4%가 넘으면 의식불명 상태가 될 수 있다.

아무렴 추가적으로 술을 더 마시지 않은 기자가 갑작스럽게 그런 상태가 됐을 리가 없다. 그래서 10여 분 정도가 지나고 재본 결과 0.027~0.028%(술이 차차 깨고 있음을 알 수 있다)으로 다시 수치가 내려왔다.

◇결론. 꼼수를 쓸 생각을 하질 말아야

심호흡을 제외하고 나머지 입에 무엇인가를 넣는 △껌 △사탕 △가글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입에 뭘 넣으면 혈중 알콜농도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걸 측정기의 오류라고 봐야할까? 굳이 따지자면 오류가 맞다. 측정기가 피실험자의 혈중 알콜농도를 잘못 측정한 게 맞으니까.

그러나 재차 언급하는 이 실험의 목표는 ‘어떤 행동을 하면 혈중알콜농도가 낮게 나오도록 측정기를 속일 수 있을까?’를 알아보는 데 있었다. 그런 식으로 측정기를 속일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으니 그게 오류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가글을 했거나 껌, 사탕 섭취 등으로 실제 이상의 혈중 알콜농도가 나온 경우 단속 경찰에게 채혈을 요구할 수 있긴 하겠지만, 애초에 이런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면 실제 이상의 혈중 알콜농도가 나올 일이 없다. 아니 그보다 음주운전을 안 한다면, 이런 생각을 할 이유부터가 아예 없다.

많은 우려가 따랐던 실험이었다. 혹시라도 무엇인가를 했을 때 혈중 알콜농도를 낮추는 식의 속임수가 가능해 진다면 범법을 조장하는 기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런 꼼수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고, 덕분에 시리즈 기획 의도였던 ‘경제 정의 실현’을 넘어 ‘사회 정의 실현’에까지 기여하는 기사가 됐다.

이 긴 기사의 결론을 내자면,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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