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인싸 따라잡기] 블루보틀ㆍ타이거슈가 "이렇게까지 먹어야 해?" 멀고도 험한 미식 인싸

입력 2019-05-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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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렇게 기다리면서 먹을 건 아닌 것 같은데….”

평양냉면 취재를 마치고 온 수습기자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1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평양냉면을 난생처음 먹어본다며 호기롭게 선배 기자를 따라나섰던 그의 손에는 빵이 들려있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한 시간 넘게 땀 흘리며 기다린 보람 없이 말이다.

작년 6월 tvN ‘수요미식회’에 출연한 김종민은 평양냉면을 “걸레를 빤 맛”이라고 평했다. 그 발언에 격하게 공감하며 배고픈지 빵을 입에 욱여넣는 수습기자는 안타깝게도(?) ‘미식 인싸’가 될 재목은 아니었던 걸로.

‘이거 먹어봤어?’로 시작된 질문에 손을 당당히 들 미식 인싸들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 ‘인내’, ‘참을성’, ‘끈기’다.

참고 기다린 자에게 ‘핵인싸 맛’이 펼쳐지리니. 이를 믿느뇨. (아멘)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지난 남북정상회담 당시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메뉴는 바로 ‘평양냉면’이었다. 평양 옥류관에서 공수된 평양냉면은 남북정상회담 만찬상에 올랐다.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이끌리 듯 평양냉면 집 앞으로 줄을 섰다.

역사적인 순간을 빛냈던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또 그들과 같은 감정을 ‘지금 당장’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그런데 그 마음을 너무 많은 사람이 동시에 느낀 것이 작은 문제랄까. 기나긴 줄은 끝없이 이어졌고, 식당 안에 들어선 사람들도 입인지 코인지도 모를 곳으로 급히 들어가는 면발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서 먹은 평양냉면은 정말 그렇게 맛있었을까?

미루어 짐작하건데(음식 맛은 그야말로 ‘개인의 취향’이라지만) 대중적으로 엄청 맛있다고 표현할 맛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 냉면 맛으로만 ‘그 맛’을 평할 수는 없다. 당시의 뭉클함과 오랜 기다림, 그리고 공감이 그 냉면 맛의 한 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같은 곳 같은 맛을 원했지만 시간과 공간에 제약에 포기했다. 하지만 이를 쟁취한 그들의 노력이 남다른 맛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신제품’, ‘한정판’, ‘선착순’. 듣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매장들이 한국에 상륙했다.

2002년 제임스 프리먼이 미국에서 설립, 큰 인기를 끈 ‘블루보틀’은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콩을 갈아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슬로 커피’를 표방한다. 전 세계에 단 6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던 ‘블루보틀’이 68번째 매장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한국 내 유일한 매장. 국내 1호점.

이 얼마나 매력적인 문구인지. 아니나 다를까 개장 첫날부터 기나긴 줄이 성수동 ‘블루보틀’ 매장을 휘감았다. SNS에는 기다림의 긴 줄, 매장 앞, 커피 인증샷이 연이어 게재됐고, 이 광경에 기사들도 쏟아졌다.

매장이 문을 연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받기 위해선 1시간 이상의 줄을 서야 한다. ‘블루보틀 커피’를 손에 얻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수고는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들로 성수동은 아직도 뜨겁다.

이뿐만이 아니다. ‘흑당밀크티’ 열풍의 근원지 대만의 ‘타이거 슈가’도 한국 미식 인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대만 여행 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혔던 ‘타이거 슈가’의 흑당밀크티. 연유와 크림, 흑설탕시럽으로 눈과 입을 사로잡은 흑당밀크티를 선두로 ‘타이거 슈가’는 3월 홍대와 강남에 매장을 열었다.

이 곳의 흑당밀크티의 아류작들이 타 커피브랜드 매장에서 선보인지 오래지만, ‘원조’의 여유랄까. 첫날부터 약 2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남과 홍대의 핫플레이스다. 단 맛을 좋아하는 후배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아직도 그 줄에 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22일 단 하루, 강남 단 한 곳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250개 버거만을 판매한 ‘인앤아웃’. 그야말로 미식 인싸들이 탐낼만한 단어들을 모두 쏟아 부었다. 포털검색어를 휩쓸만큼 핫이슈였던 ‘인앤아웃’을 손에 넣은 250명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줄을 선 이들이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몰려드는 사람들에 대기표, 추첨표가 생긴 곳도 있다. 바로 ‘방송 맛집’.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백종원이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자영업자들과 함께 일어서는 프로젝트 방송이다. 백종원의 사이다 맛 평가와 고구마 자영업자들의 케미로 시청자들을 불러모은다.

백종원이 호평과 혹평을 내놓은 곳마다 저마다의 이슈가 됐다. 특히 백종원이 손을 치켜세우며 “내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다”, “여기 와서 매일 밥 먹고 싶다”, “지적할 것이 없다”고 말한 음식점은 방송 다음날부터 대기줄이 이어졌다. 심지어 요즘은 ‘골목식당’에 출연 예고편만 보고 찾아가기도 한다고…방송 이후엔 대기줄이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이 대표적이다. 추운 겨울날 방송을 탔음에도 백종원의 극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정된 공간에 이를 다 받을 수 없고 기나긴 줄로 통행에 문제가 생기며 ‘번호표’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것도 새벽부터 줄을 서 오전 9시에야 받을 수 있고, 순서에 맞춰 다른 곳에서 대기하다가 식당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동반됐다.

하지만 이 번거로움 따위. 매번 사람들은 넘쳐났고, 연예인‧유튜버들도 대거 다녀갔다. 사람이 몰리면 몰릴수록 더 화제가 됐고, 이 집 돈가스를 먹어봤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질문 폭탄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방송된 서울 용산구 함흥냉면집과 충남 서산 해미읍성 돼지찌개집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아예 방송을 통해 음식점을 차리는 경우는 어떨까? tvN 인기 예능 ‘신서유기’ 출연진이 번외로 꾸미는 ‘강식당’은 1편 제주도 편 흥행에 이어 2편 경주 편을 선보였다. ‘강식당2’가 경주에서 떡볶이를 판매한다는 이야기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고, 촬영지 앞은 차량부터 사람까지 구분없는 무한대 줄이 등장했다.

감당하기가 벅찼던 인원들 때문에 결국 방송관계자들은 인터넷 추첨으로만 받겠다는 공지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김다애 디자이너 mngbn@)

이 엄청난 수고를 감내해가면서까지 이렇게 몰려드는 이유는 순수하게 정말 ‘맛’ 때문만은 절대 아니다.

많은 사람은 경험하지 못한 그것을 나는 했다는, 내가 해냈다는 왠지 모를 ‘뿌듯함’. 그 희소성의 가치가 인싸들을 움직인다. 또 그 희소성의 가치를 SNS를 통해 널리 널리 자랑할 수도 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한 수고다.

‘불금’인 오늘. #나도 인싸 해시태그와 함께 그 수고에 함께하실 분,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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