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해봤다] "美 MRE부터 국군용까지"...4개국 전투식량 비교해 보니① -미국·프랑스편

[이투데이 김정웅 이재영 기정아 김다애 기자]
▲보자마자 무엇인지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전투식량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보자마자 무엇인지 아시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전투식량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어느 날 편의점에 갔는데 "횽들이 먹던 게 이런 건가요?"라는 문구를 단 유사 군대 음식 상품이 있었다. 쓴웃음이 났다. 우리가 먹었던 건 이런 게 아니다.

기자는 군 복무 초반엔 미사일을 쏘는 주특기를 받았었는데, 일병 말 즈음부터는 행정병이 됐다. 전환된 주특기의 번호는 2111, 명칭은 ‘편성부대보급’이었다. ‘보급병’이 된 것이다.

보급병 최대의 고충은 단연 식사다. 훈련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전투식량을 먹을 일이 많지 않다. 전투식량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전쟁 시 전투 상황에 사용하기 위해 있는 군용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훈련에서는 식사를 ‘추진’이라는 형태로 부대의 식당으로부터 조달해 먹는다. 보급병은 취사병이 아니기 때문에 메뉴를 새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부대에서 이미 정해진 그날 식사의 메인 메뉴(주로 육류)와 밥을 비벼 먹기 좋은 주먹밥 형태로 만들어 부대원들에게 나눠줬다.

한 번은 굉장히 맛이 없게 만들어진 콩나물불고기 볶음과 비빈 주먹밥으로 식사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정웅아, 이걸 먹으라고 준 거냐”, “너부터 좀 먹어봐라” 등등 부대원들의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기자가 먹어본 바로도 지금까지 기억할 만큼 기록적으로 맛이 없는 식사긴 했다. 근데 난 있는 메뉴에 밥을 비비기만 했을 뿐인데, 맛이 없는 걸 왜 나한테….

▲그런 훈련용 음식이 너무 맛 없기 때문에 군인들이 ‘맛다시’를 좋아하는 것이다. (사진제공=이투데이 독자)
▲그런 훈련용 음식이 너무 맛 없기 때문에 군인들이 ‘맛다시’를 좋아하는 것이다. (사진제공=이투데이 독자)

이런 이유에서 전투식량을 먹는 것은 군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중 하나였다. 우선 안 그래도 힘든 훈련 중에 6·25 전쟁 때 먹었을 법한 모습의 누추한 주먹밥이 아닌, 제대로 갖춘 형태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기뻤다. 또한 군대에서도 거의 먹어보지 못한 데다, 밖에 나가면 더더욱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희소성, 처음 먹을 때의 호기심체험 욕구 등도 전투식량에 행복을 더 해주는 요소다.

생각해보면 기자가 만든 ‘6·25 전쟁맛’ 주먹밥에 대해 타박을 하던 도중 “미군 애들은 훈련 때 맥도날드 햄버거를 추진해 먹는다더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도 나누곤 했었다.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연합 합동훈련)에서 미군이랑 전투식량을 교환해 먹기도 하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다는 얘기도 있었고. 사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식사’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외국 군 생활에 대한 동경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망(?) 등이 결합해 소문들이 재생산됐던 듯하다.

사실 기자도 보급병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궁금하기도 해서 어렵사리 준비했다. 말로만 소문이 무성하던 외국의 전투식량들은 과연 실제로 어떠한지!

▲왼쪽 위부터 미군, 프랑스군, 독일군, 국군이 사용하는 전투식량. (김정웅 기자 cogito@)
▲왼쪽 위부터 미군, 프랑스군, 독일군, 국군이 사용하는 전투식량. (김정웅 기자 cogito@)

입수한 전투식량은 총 4종, 미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한국의 전투식량이다. 인류 역사상 최강의 군대를 보유한 미국, 미식의 나라 프랑스, EU의 맹주인 독일, 그리고 우리나라 국군의 전투식량을 비교하는 것이니, 나름의 대표성을 가진 4개국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투식량 체험에는 남기자 A, B여기자 C, D가 참여했다.

이번 체험기의 단 하나의 평가 요소는 바로 맛이다. 전투식량이라는 것은 시중에 판매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가격 비교가 무의미한 데다, 또 주는 대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칼로리 따져서 골라서 먹거나 하는 선택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이다. 그리고 앞서도 언급했지만, 보급 식량의 맛은 군 사기에 정말이지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사가 너무 길어져 1, 2편으로 나눠 게재한다. 1편은 미국과 프랑스 전투식량을 살펴봤다. 서론이 길었다. 어서 맛을 살펴보자.

▲미군의 전투식량 구성. 맨 왼쪽의 타코파스타를 제외하고 모두 디저트와 부수자재들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미군의 전투식량 구성. 맨 왼쪽의 타코파스타를 제외하고 모두 디저트와 부수자재들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미국: 미군은 디저트만 먹고 싸우나?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미군 전투식량은 채식주의자용을 입수하게 됐다. 군용 보급품임에도 채식주의자라는 소수자를 위한 메뉴가 따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세계 최강 군대의 기상이 느껴진다.

미국 전투식량의 대표 주자는 개인용 전투식량 'MRE'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식량이다. 이름의 뜻은 ‘식량, 즉각 취식 가능(MEAL, READY-TO-EAT)’이다.

MRE의 특징은 압도적인 디저트의 종류와 품질, 그리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메인메뉴다.

디저트만 퓌레, 훈제아몬드, 비스킷, 초코바, 커피, 에이드, 껌 등 7종이 들어있었다. 비스킷을 찍어 먹는 땅콩버터도 있고 파스타에 뿌려 먹으라는 핫소스도 제공한다. 간을 맞춰 먹으라는건지 소금도 제공되고, 냅킨과 물티슈까지 포함된 그야말로 호화로운 전투식량 세트!

▲사진의 'DO NOT OVERFILL'이라고 써있는 선 아래까지만 물을 채우면 오른쪽 사진 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며 뜨거워진다. (김정웅 기자 cogito@)
▲사진의 'DO NOT OVERFILL'이라고 써있는 선 아래까지만 물을 채우면 오른쪽 사진 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며 뜨거워진다. (김정웅 기자 cogito@)

MRE에는 발열팩이 제공된다. 후술할 한국 전투식량의 발열팩의 경우 많은 군 전역자들이 기억하고 있듯 팩 내부의 줄을 잡아당기는 방식이지만, 미군의 발열팩은 팩 안에 물을 조금 붓는 방식이다.

종이컵 4분의 1에 해당하는 소량의 물을 부으면,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다. 기자가 ‘고장났나?’ 싶어 만져보다가 6~7초 후에 갑자기 연기가 펄펄 날만큼 뜨거워져 깜짝 놀랐다. 이 발열팩을 이용해 파스타를 데워 먹으면 된다.

▲미군 전투식량의 유일한 메인메뉴 ‘타코 파스타’. 동봉된 핫소스는 옆에 뿌렸다. (김정웅 기자 cogito@)
▲미군 전투식량의 유일한 메인메뉴 ‘타코 파스타’. 동봉된 핫소스는 옆에 뿌렸다. (김정웅 기자 cogito@)

주식이라고 할만한 음식이 ‘타코 파스타’ 단 하나라서 발열팩으로는 파스타만 데워 먹으면 된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채식주의자용이 아닌 일반 전투식량 역시 메인메뉴는 1~2종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 미국인의 식사란 이런 것일까?

그래도 타코 파스타의 맛은 나쁘지 않았다. 시중에서 파는 파스타의 질에는 당연히 못 미치긴 하지만, 다소 맛없는 식당에서 사 먹게된 파스타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는 평이 나왔다. 무엇을 넣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양념 양꼬치의 맛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채식주의자용 식단이므로 고기가 들어갔을 리는 없으니, 아마 향신료를 첨가했을 것 같다.

▲애플소스를 곁들인 라즈베리 퓨레(왼쪽)와 나머지 디저트(오른쪽). 모카 카푸치노, 라즈베리 에이드, 땅콩버터, 비스킷, 아몬드, 초코바로 구성됐다. (김정웅 기자 cogito@)
▲애플소스를 곁들인 라즈베리 퓨레(왼쪽)와 나머지 디저트(오른쪽). 모카 카푸치노, 라즈베리 에이드, 땅콩버터, 비스킷, 아몬드, 초코바로 구성됐다. (김정웅 기자 cogito@)

디저트는 종류도 다양하지만 맛도 굉장히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애플소스를 곁들인 라즈베리 퓌레’는 밖에서 판다면 굳이 찾아서라도 사 먹을 만하다는 극찬이 나왔다. 비스킷은 시중의 인기 있는 비스킷들과 별 차이 없는 맛이었고, 땅콩버터에 찍어서 먹으면 매우 잘 어울렸다.

다만 아몬드는 겉에 묻어있는 파우더에서 아주 강력한 훈제 바비큐 향이 났는데, 이런 풍미는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접하지 않는 맛이다 보니 거부감을 표하는 체험자들이 많았다.

음료도 파우더 형태로 두 종류나 지급됐다. ‘크랜베리 포도 에이드’‘모카 카푸치노’다. 당연히 에이드는 찬물에, 카푸치노는 뜨거운 물에 타 먹는 것이다. 이런 파우더는 원래가 보존기한이 민감한 제품이 아닌 만큼, 시중 제품과 거의 동일한 정도로 우수한 맛이 났다. 특히 크랜베리 에이드는 맛스타 포도맛과 상당히 유사했다. 훈련이나 전투상황에서 식사 후 이런 맛있는 음료들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미군 전투식량에 대한 기자 4명의 별점 평가와 함께 간단한 평가를 정리해 봤다.

<미군 전투식량 평가>

평점: ★★ (5개 만점, 소수 첫째 자리 반올림)

A(남·29): ★★★ / 식사 후 에이드가 제공된다니. 이 얼마나 귀한 디저트란 말인가

B(남·36): ★★☆ / 메인 메뉴에 점수가 0점이라 별 2.5개

C(여·33): ★★ / 디저트 값만 평가한 점수

D(여·26): ★ / 먹을 만한 것이 없다.

▲프랑스 전투식량 구성품. 주로 통조림으로 메뉴를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프랑스 전투식량 구성품. 주로 통조림으로 메뉴를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김정웅 기자 cogito@)

◇프랑스: 한국인이 이것만 먹고 살아야 한다면 그냥 삶을 포기하는 것도…

‘동양에 중화요리가 있다면, 서양에는 역시 프랑스 요리!’…라는 인식은 전투식량을 먹을 때만큼은 잊어도 좋을 것이다. 최소한 우리 같은 평범한 한국인에게는 말이다. 4명의 기자 중 프랑스 전투식량을 호평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전투식량은 한국에서 이것을 수입해 유통하는 업체를 통해 구매했다. 이 업체에서는 여러 가지 맛의 메뉴를 즐겨보라는 의미에서 여러 메인메뉴를 담아서 판매했기 때문에 1인분이 아니라 3인분은 될 만한 분량이었다.

현재의 전투식량의 흐름은 미군 MRE처럼 레토르트 팩에 담는 것이 정석이지만, 프랑스는 통조림 포장을 사용하고 있다. 최초의 통조림을 발명해 내고, 그것을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 적극적으로 군에 도입한 프랑스다운 모습이다.

프랑스군이 통조림을 최초로 도입한 건 대단하지만, 그건 그거고 맛은 맛이다. “냉장고에 오래 두었다 꺼낸 듯한 맛”이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통조림에 든 식품 자체가 원래가 그리 신선한 맛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건 그럴 수도 있다. 단순히 ‘오래 묵힌 맛’이라는 게 문제이기 보다는, ‘오래 묵힌 맛없는 음식 맛’이라는 게 문제였다.

▲사진 왼쪽 위부터 차례로 ‘양송이버섯 리조또’, ‘소세지 화이트번 스튜’, ‘크레올 포크라이스’, ‘바스크식 닭요리’, ‘이탈리아식 샐러드’. (김정웅 기자 cogito@)
▲사진 왼쪽 위부터 차례로 ‘양송이버섯 리조또’, ‘소세지 화이트번 스튜’, ‘크레올 포크라이스’, ‘바스크식 닭요리’, ‘이탈리아식 샐러드’. (김정웅 기자 cogito@)

‘양송이버섯 리조또’는 지나친 치즈와 버터의 향으로 한 입 이상 시식하는 사람이 없었고, ‘소세지 화이트번 스튜’는 “밥이 꼭 필요한 반찬”이라는 평이 나올 만큼 강력한 ‘스팸 짠 맛’이 난다는 평이었다.

‘크레올 포크라이스’는 카레맛이었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군대 통조림 카레의 맛이었고, 라면스프로 간을 한 듯한 조미료 맛이 난다는 평가였다. 개중에 가장 평가가 나은 음식은 ‘바스크식 닭요리’로 흔한 멕시코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칠리맛 리조또의 맛과 유사하다고 했다.

마지막 ‘이탈리아식 샐러드’는 돼지고기가 들어있었는데 그나마 가장 덜 짜다는 말과 함께 통조림 장조림 맛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어찌 보면 ‘통조림 맛이 나는 통조림’이라는 당연한 결과기도 하다.

프랑스 전투식량의 메인 메뉴는 통조림에 담았다는 점 외에도, 모두 ‘채소와 쌀알, 고기 등을 양념과 버무려 만든 질척질척한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자면 ‘양념을 조금씩 달리한 리조또풍’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존의 용이성, 취식 및 휴대의 간편성, 프랑스 병사들의 선호도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했을 때 질척한 리조또 류의 통조림이 가장 적절한 형태의 메인메뉴라고 판단한 듯하다.

▲프랑스 전투식량의 디저트. 살면서 먹어본 가장 단단한 비스킷이었고, 팥빙수에 들어있는 듯한 젤리였다. (김정웅 기자 cogito@)
▲프랑스 전투식량의 디저트. 살면서 먹어본 가장 단단한 비스킷이었고, 팥빙수에 들어있는 듯한 젤리였다. (김정웅 기자 cogito@)

프랑스의 후식은 비스킷과 젤리류였다. 비스킷은 3종으로, 정확한 이름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커피맛, 버터맛, 밀가루맛(?)인 듯했다. 비스킷의 맛이야 뭐 그냥 생각하는 그 맛이었다. 턱에 꽤 힘을 많이 줘야 이빨로 부술 수 있을 정도의 딱딱한 비스킷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1800년대 중반 전투식량용 비스킷인 ‘하드택’을 ‘이빨 분쇄기(tooth dullers)라고 불렀다던데, 병사들이 왜 과자에 그런 흉악한 별명을 붙였는지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비스킷이었다.

젤리는 라즈베리 젤리와 살구 젤리 두 개의 맛이 제공됐다. 다행히 젤리는 다소 무르긴 해도 원래 음식 본연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그렇다고 맛이 훌륭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대체로 “할머니가 골방에서 꺼내주신 젤리”라는 평이 대세였다.

프랑스 별점 평가는 별 2개 이상을 준 평가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 다만 프랑스 전투식량에 대한 지극히 박한 이 평가들은 시식에 참여한 기자들이 토종 한국인이라는 점을 꼭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프랑스 병사들 입맛에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전투식량인데, 문화적 차이로 이투데이 기자들의 입맛엔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독자들 대부분이 토종 한국인이라는 전제 아래에 냉혹한 평가를 실어보겠다.

< 프랑스군 전투식량 평가 >

평점: ★ (5개 만점, 소수 첫째 자리 반올림)

A(남, 29): ★ / 전부 다 그냥 별로 먹기 싫다

B(남, 36): ☆ / 다행히도 젤리는 젤리같았다

C(여, 33): ★ / ‘바스크식 닭요리’는 그럭저럭 먹을만…

D(여, 26): ★☆ / 다 별로였지만, 그나마 ‘바스크식 닭요리’와 ‘이탈리아식 샐러드’는 좀 나았다

이상으로 미국과 프랑스군의 전투식량을 살펴봤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독일과 한국군의 전투식량을 분석해 본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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