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자유한국당, 거덜난 당신들의 잘못

입력 2018-06-19 14:45 수정 2018-06-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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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래 1만 원을 가져간 초등학생이 반성문을 써 들고 파출소를 찾아갔다. 엄마가 경찰관 아저씨의 사인을 받아오라고 벌을 준 것이다. 경찰관은 ‘너무 후회가 된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읽고 사인을 해주며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고, 아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 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떼쓰고 말 안 듣는 아이를 다스릴 때 “저기 순경 아저씨 온다”고 하면 효과가 있었다. 오늘날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위엄과 권위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지만, 어른을 어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요즘 아이들에게 경찰의 훈도(訓導)는 그래도 좀 쓸모가 있는 것 같다.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에게 ‘반성문 쓰는 법’을 가르친다. 반성문은 언제 써야 되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때, 생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억울한 점이 있음을 호소할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잘못을 했을 때다. 주의할 점도 많다. 절대 거짓말하지 말고, 사건 내용을 육하원칙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문맥에 맞게 쓰고, 반성문을 받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펼침막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반성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반성문 쓰는 요령’에 비추어 볼 때 누구에게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알고 무릎을 꿇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무릎 꿇고 큰절까지 했지만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내부에서도 “보여주기 식 이벤트 그만하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들의 반성과 사과는 호응을 얻기는커녕 안팎의 거부 반응을 사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거침없는 막말 행태로 문재인 대통령의 ‘X맨’ 역할을 충실히 해왔지만 자리를 떠나면서 제대로 문제를 정리했다. 1년간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게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당내 일부 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한 점이라는 것이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사람, 사생활이 추해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 등이다.

절묘하다. 막말의 대가 홍 전 대표는 간혹 명석하고 때로 귀엽다.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전여옥 전 의원마저 “(홍 전 대표의) 마지막 말은 들을 만하다”고 평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투쟁을 할 때 그는 “나는 어려서 하도 굶어서 절대 단식은 못 해”라고 했다. 귀엽고 솔직했다. 이런 솔직함이 공감을 얻으면 정치인으로서 매력이 되는 거고 불통과 비판에 부딪히면 기피와 혐오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시 청산 대상을 살펴보면 홍 전 대표의 언급에 해당되지 않는 의원들이 있기나 한지, 있다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 이름을 날리더니 바른정당 사무총장 한 달 만에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가 원내대표까지 꿰찬 사람도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그 사람이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는 양 당 개혁과 혁신을 외치고 있다.

어떤 보수논객은 자유한국당에서 3선 이상 국회의원 하면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다 맛이 가버렸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일갈했다. 사실 자유한국당은 통째로 해체하고 새판을 짜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냐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건전하고 합리적인 야당, 분별과 매력을 갖춘 보수는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장서서 깃발을 드는 사람이 없다. 구심점이 될 만한 정직하고 자기희생적인 리더십이 없고 돈이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다 해도 새로운 정치를 위해 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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